시장은 ‘총수 사면’을 원한다

입력 2015-07-14 10:43 수정 2015-07-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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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출소 후 한화그룹 주가 우상향…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에 주식시장도 화답

증시는 총수의 사면을 원했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로 사실상 경영에 복귀한 이후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자 시장에서도 호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 주가는 올 들어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우선 한화의 경우 지난해 2월 김 회장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이후 3만5000원대였던 주가가 2만5000원대까지 하락했다. 반등은 올 2월 김 회장이 자유의 몸이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두 배 가까운 상승곡선을 그린 것. 한화 주가는 최근 5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이는 다른 계열사 주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도 4000원대까지 추락하던 주가가 2월 들어 반등을 시작해 최근 6500원대까지 치솟았다. 한화케미칼도 같은 기간 1만1000원대에서 2만300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면세점 사업자에 선정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5만∼6만원대 횡보를 보이다 13만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한화그룹주의 고공행진은 김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시점에서부터 시작됐다. 시장에서 총수의 역할을 크게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삼성그룹과 빅딜에 성공했고, 이로 인한 기대감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김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현재 법적으로 등기임원이 아닌 대주주 자격으로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룹의 모체인 방위산업 특성상 집행유예가 확정된 인물은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약 속에서도 지난 4월에는 한화건설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수주(약 2조4000억원)에 성공했다. 같은 달 한화큐셀은 미국에서 1조원이 넘는 태양광 사업권을 따오기도 했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서비스 사업부문에서도 좀 더 높은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공언했다. 최근 서울시 신규 면세사업자 선정을 염두에 둔 전략도 여기에서 시작했다. 결국 지난 10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업계의 예상을 깨고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김 회장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통했다는 평가다.

반면 그룹 총수가 옥중에 있는 SK그룹의 경우 최근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SK네트웍스가 나섰지만 당초 우세하다는 평가를 뒤로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최태원 회장이 수감되기 전에 단행했던 SK하이닉스 인수가 아니었다면 그룹의 성장동력 확보가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재현 회장이 자유롭지 못한 CJ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CJ그룹주 전반적으로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이 회장이 예전에 수립해놓은 경영 성과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에서 그룹 총수의 역할은 단순한 대주주 차원을 넘어 신속한 의사결정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며 “한화 주가 역시 총수의 복귀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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