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월하의 공동묘지

입력 2015-07-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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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형 시인 / 민앤지 커뮤니케이션 실장

소복 입은 구름은 밤늦도록

뭉게뭉게 하늘을 거닌다

할머니는 달 여행하러

우주선처럼 하늘로 날아가셨다

밤 구름 사이사이

소복 끝자락만 살짝 살짝 비칠 뿐

할머니 보이지 않는다

핏기 없이 허옇게 부은 다리를 하고서

조용히 구름 위를 걸어 다니신다

목석 같은 다리 하나에

마른 벌레들이 일가를 이루며 서식하고 있지만

홀로 지루하게 누운 잠자리가 외로워서인지

오래 전 월하의 공동묘지 한쪽 자리를 간택하셨다

회색 콘크리트 같은 자녀들은

소리 없이 딱딱하게 서 있기만 한다

목마를까 떠놓은 정화수 한 그릇

구름보다 가벼운 하얀 침대 머리맡에서

인공위성의 낮은 궤도를 따라 바람이 출렁거리고

평생 바람만 피다가 구름의 속도가 너무 빨라

굵은 땀방울 흘리던 지아비 뒤를 따른다

내 다리 내놔, 내 다리 한바탕 외치고는

달빛 아래 한 대접 달을 받아

흰 침대 주위를 환하게 비추던

조강지처가 살던 마당, 그리웠을까

한번도 고통을 주지 않았다던 절망은

세상 달 아래 별들을 떨어뜨렸다

올해도 여전히 장마 전선과 태풍이 올라오고

물 한 그릇 지키려는 구름 같던 침대 위

달 여행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할머니

달나라에 정착하셨다

< 시집 '소통의 계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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