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훈의 NOISE] 송민호 논란, 치열한 경쟁이 부추긴 슬픈 우리의 자화상

입력 2015-07-1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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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 문화팀 차장

위너 송민호의 랩 가사가 논란을 뛰어넘어 사회적인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불어 뮤지션으로서 표현의 자유와 한계 그리고 책임 등 짚고 넘어갈 부분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송민호는 지난 10일 방송된 Mnet ‘쇼미더머니’ 3차 오디션 1대1 배틀에서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가사를 속사포 랩으로 쏘아댔다. 가사 내용을 미뤄 짐작해 보면 ‘MINO 딸내미 저격’은 ‘송민호가 여성들을 저격하겠다’는 의미이고,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가사는 ‘저격당한 여성들이 자기 앞에서 산부인과에 간 것처럼 다리를 벌린다’는 속뜻으로 풀이된다.

일부 네티즌은 송민호의 가사가 문제는 있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대의적인 명분에서 생각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여론은 여성을 비하하는 저급한 발언이라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특히,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송민호의 랩 가사로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고, 방송을 시청한 10대 청소년들에게도 잘못된 성적 가치관과 산부인과 병원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송민호, 송민호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방송사 Mnet 등에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아울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안건으로 상정, 프로그램에 대한 시정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대개 랩 가사는 사회 풍자와 비판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표현이 거칠고 때로는 천박할 수 있지만 대중은 신랄하게 쏟아내는 가사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가사라면 풍자가 아닌 ‘잘못된 독설’일 뿐이다.

송민호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래퍼들보다 조금 더 자극적인 가사를 고민해야 했다. 과열 경쟁이 ‘이성’을 마비시켰고, 잘못된 경쟁의식으로 프로그램의 의도를 퇴색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송민호의 문제이자 잘못이다. 하지만 그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뮤지션의 감성까지 보듬고 관리 감독을 다하지 못한 YG엔터테인먼트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으며, 사전에 검증을 거치지 않고 여과 없이 무방비로 방송을 내보낸 Mnet도 큰 책임이 있다.

논란 이후 송민호는 위너 페이스북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송민호는 “너무 후회스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쟁쟁한 래퍼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프로그램 안에서 그들보다 더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하고, 가사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Mnet ‘쇼미더머니4’ 제작진도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송민호의 사과는 개인적으로 SNS에 남긴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이후 YG엔터테인먼트와 Mnet이 사과 공문을 보내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회적 동의, 대중의 이해가 없는 랩 가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 ‘건전한 비판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랩이라는 도구에 사회를 비판하고 정화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입에서 내뱉을 때 한번 더 생각해 봤다면 가사는 좀 더 세련되지 않았을까. 잘못된 세 치의 혀가 나중에 부메랑이 돼서 자신의 폐부를 찌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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