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원작 아니면 리메이크…‘창작 드라마’가 안보인다

입력 2015-07-1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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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화상태 이르러…“제작ㆍ방송사 원작찾기에 혈안”

인기 웹툰이나 만화 혹은 해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른바 ‘원작 있는 드라마’들이 드라마 편성에서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 대부분은 드라마로 제작되었거나 제작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오렌지 마말레이드’, MBC ‘밤을 걷는 선비’는 모두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올 상반기에 방송된 SBS ‘하이드 지킬, 나’, ‘냄새를 보는 소녀’, tvN ‘호구의 사랑’, ‘슈퍼대디열’, ‘구 여친 클럽’ 등도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하반기에는 SBS ‘용팔이’, ‘저녁 같이 드실래요’, tvN ‘치즈인더트랩’이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해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도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SBS ‘너를 사랑한 시간’은 대만 드라마 ‘아가능불회애니’를 리메이크했고, SBS ‘심야식당’은 일본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한 현지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과거 방송된 MBC ‘하얀거탑’, ‘여왕의 교실’, ‘운명처럼 널 사랑해’, SBS ‘수상한 가정부’, KBS 2TV ‘직장의 신’, tvN ‘마녀의 연애’ 등도 해외 드라마를 한국 정서에 맞게 바꿔 제작한 드라마다.

‘원작 있는 드라마’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원작이 가진 기존의 팬들을 시청자로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팬층이 형성돼 있는 작품들은 이미 제작 과정에서부터 대중의 큰 관심을 받기 때문에 보다 실패 확률을 낮춰준다. 특히 웹툰의 경우 참신한 소재들이 다양하게 포진돼 있으며, 소설에 비해 드라마로 재구성하기 쉽다는 장점 때문에 방송사나 제작사 입장에서 선호한다.

그러나 최근 tvN ‘미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원작 있는 드라마’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시청률 성적표를 받고 있다. 기존 팬층을 업고 간다고 할지라도 작품의 완성도가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결국 외면당한다.

한상덕 대중문화 평론가는 “특히 해외 웹툰과 드라마가 한국에서 방영되기 위해서는 한국적 정서를 고려한 리메이크 작업이 이뤄진다”며 “이 과정에서 원작을 만든 나라의 문화와 전통, 관습 등을 무시한 채 어설픈 한국화로 흥행에 실패하는 작품이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심야식당’이 한국의 정서를 고려해 게이바 마담, 스트립 댄서 등의 캐릭터를 삭제하고 대체 캐릭터를 등장시켰지만 시청자의 혹평을 받는 이유다.

결국 ‘원작 있는 드라마’의 포화상태는 한국 드라마가 직면한 위기를 말한다.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시청률이 보장되는 원작을 찾는 데만 혈안이 되었고, 이로 인해 우리 작가들의 순수 창작물이 대중 앞에 나올 수 있는 기회는 줄었다.

한상덕 대중문화 평론가는 “다채널, 다매체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스타 작가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시청률이 보장되려는 것만 찾는 방송사와 제작사들의 안일한 태도가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방송사와 제작사들이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우리 작가들의 순수 창작물이 발전될 수 있도록 신인 작가 발굴 시스템과 작가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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