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구사일생한 그리스가 회생의 첫 걸음을 내딛는다.
그리스는 20일(현지시간)부터 은행 영업중단 등 지난달 29일 이후 3주간 시행했던 자본통제를 점진적으로 해제하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긴급유동성지원(ELA) 자금을 확충받은 데 힘입은 조치다. 그리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실시한 자본통제로 인해 30억 유로(약 3조70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봤다.
은행 문이 다시 열리면서 해외에 있는 그리스 국민은 다시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인출 금액은 여전히 제한하되 인출 가능 금액은 종전의 하루 60유로에서 일주일 총 420유로로 상향 조정했다. 그리스 국민의 해외 송금제한 역시 당분간 적용된다.
그리스 은행들이 일반적인 자금확충 능력을 갖출 수 있을 때까지 정부는 자본통제를 완전히 해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3차 구제금융’ 프로그램 시행을 위한 우군 확보를 위해 조기 총선을 준비 중이다. 3차 구제금융 시행의 최대 고비였던 의회 승인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에 반대한 인물을 경질하고,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인물로 내각을 전면 재구성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치프라스 총리는 경제개혁안 의회 입법에 반대표를 던진 32명 중 9명을 해임했다. 여기에는 입법 반대를 주장했던 대표적인 강경파 파나요티스 라파자니스 에너지부 장관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라파자니스 에너지부 장관 후임으로는 파노스 스쿠르레티스 노동부 장관이 임명됐고 기로르고스 카트루갈로스 행정개혁부 차관이 노동부 장관을 맡게 됐다.
치프라스 총리의 측근인 가브리일 스켈라리디스 정부대변인은 원내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정 소수 정당인 독립그리스인당(ANEL) 파블로스 하이칼리스 의원은 노동부 차관에 임명됐다. 신임 장·차관직 인사는 그리스 의회가 경제개혁안을 승인한 지 단 사흘 만에 이뤄졌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선거는 그리스의 여름 휴가철이 끝나는 9월이나 10월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 조기총선이 이뤄진다면 재정위기로 조기총선이 이뤄졌던 지난 2012년 이후 다섯 번째다. 3년 전 당시 구제금융 협상을 마무리하고 긴축정책을 입안했던 루카스 파파디모스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자리에 물러나면서 조기 총선이 시행됐다.
조기총선이 실시되면 치프라스 총리가 다시 정권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 급진좌파연합(시리자)에 대한 지지율이 제1야당인 신민주당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
한편 FT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다수 국가가 치프라스 총리의 향후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치프라스 총리가 개혁프로그램을 잘 이끌어갈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에 실시하는 경제개혁안은 애초에 그가 절대적으로 반대했던 내용이었던 만큼 이를 잘 시행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