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록적 경상흑자 두고 유럽내 시각차…쟁점은?

입력 2015-07-2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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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투자·소비 늘리고 그리스 사태 등 유로체제 유지 비용 일부 감당해야”

독일의 경상수지가 올해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 누적이 회원국 간 성장 격차를 확대하고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유로체제 최대 수혜국인 독일이 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적자국의 중론이다. 반면 독일은 자국의 경제적 희생보다는 적자국의 구조개혁과 경쟁력 제고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이를 둘러싼 논란’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경상수지 규모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7.9~8.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독일의 경상수지 규모는 2007년 GDP 대비 6% 이상의 흑자를 기록한 이후 금융위기 여파로 주춤하다가 2011년부터 수출 증가에 힘입어 다시 유럽연합 권고(EU) 기준인 6%를 상회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 유로지역 평균의 2배 넘어 = 독일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유로지역 평균(3.5~3.9%)보다 2배 이상 많다. 특히 국가부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유럽 과다채무국 4곳(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의 평균 1.6~1.7%보다 5배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독일의 경상수지 절대 규모를 보더라도 2014년 기준 2200억유로로 19개 EU 회원국 경상수지(3300억유로)의 66.7%를 차지했다.

이러한 독일의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의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교역 상대국들의 수입 수요가 늘어난 여건에서 독일 제조업의 생산능력과 수출품의 품질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경제상황에 비해 저평가된 환율이 유리하게 가세한 측면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경제 쾌속 성장… 환율 덕 ‘톡톡’ = 유로화 출범 이후 그리스 등 여타 국가들의 실질환율이 고평가돼 온 것과 달리 독일은 여타 국가에 비해 줄곧 저평가돼 왔다. 특히 독일 중앙은행인 도이칠란트 분데스방크에 따르면 올해는 유럽중앙은행(ECB)가 양적완화 실시에 따른 유로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독일의 실질환율은 9.5% 절하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독일의 가격 경쟁력이 환율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는 역내보다 독일에 환율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EU 이외 선진국 및 신흥국 등 역외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독일의 수출은 올해 들어 유로지역내(2014년 말 36.3% → 2015년 4월 말 35.6%)의 수출 비중보다 역외에서의 비중(63.7% → 64.6%)이 높아지는 추세다.

독일 킬(Kiel) 연구소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독일 경제의 성장세가 잠재성장력을 웃돌기 시작한 후 2017~2018년경에는 GDP갭(실질 GDP-잠재GDP)이 통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는 등 올해부터 장기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로존 적자국 등은 독일의 흑자규모 축소 노력 요구 = 이런 가운데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의 원인으로 역내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국제통화기금(IMF), 일부 저명한 경제학자 등을 중심으로 다수 제기되고 있다. 재정통합이 없는 단일통화체제의 구조적 한계가 그리스 사태를 초래했고, 역내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대 흑자국인 독일이 재정건전화 원칙을 고수하는 등 투자 부진과 함께 역내 상품과 용역에 대한 수요 확대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리스와 같이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의 부채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흑자국인 독일이 투자와 소비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할 경우 역내 수요 창출로 유로경제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차입자금 상환을 위해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는 적자국의 충격도 지금보다 완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상수지 최대 흑자국인 독일이 유로체제 출범 이후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음으로 이득의 일정 부분을 유로체제 유지비용을 부담하는 차원에서 지불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독일, 적자국의 경쟁력 회복을 우선돼야 = 하지만 독일은 적자국의 경쟁력 회복을 우선시하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산업의 높은 경쟁력, 내수 기반 약화 등의 구조적인 요인에다 글로벌 수요가 반영된 것이고, 기본적으로 불균형 문제는 독일의 경제적 희생보다는 적자국의 구조개혁과 경쟁력 제고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유로 시스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다시 고조되고 있으나 역내 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는 실효적인 제도가 불충분하고 이에 대한 회원국 간 시각차 또한 뚜렷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앞으로 그리스 채무협상 등에서 역내 불균형이 유로화에 내재된 문제점으로 부각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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