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우승을 달성한 최운정(25ㆍ볼빅)과 그의 아버지이자 캐디 최지연(56) 씨가 화제다.
최운정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이랜드 메도우스 골프장(파71ㆍ6512야드)에서 열린 마라톤 클래식(총상금 150만 달러ㆍ약 17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기록하며 5언더파 66타를 쳐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로 장하나(23ㆍ비씨카드)와 공동 선두를 이룬 뒤 가진 연장 승부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최운정의 아버지 최지연 씨는 “딸이 정말 대견스럽다. 열심히 한 덕분에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물을 낸 것 같다. 사실 운정이는 크게 장점이 없는 선수다. 하지만 열심히 한 덕분에 우승컵을 품에 안은 것 같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최운정의 우승 원동력에 대해 묻자 “LPGA 무대는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우승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동안 딸에게 투어 프로로서의 직업의식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다. 프로골퍼가 직업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며, 직업으로서 프로골퍼를 사랑하라고 말해줬다. 운정이는 드라이브샷 비거리나 테크닉이 눈에 띄게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연습한 덕분에 우승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운정이가 지난해 LPGA투어 상금순위 10위에 오른 뒤 올해 초반 성적이 안 좋았다. 그때 딸에게 ‘길을 가다보면 터널이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도 있다. 지금이 오르막일 수도 있고 터널일 수도 있다.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내리막이 나온다. 힘들어도 언제나 그랬듯이 열심히 연습을 하자’고 말했다. 지난주 US여자오픈에서는 어려운 코스였음에도 9홀 최소타 기록을 세웠는데, 그때 딸에게 ‘지금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것 같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캐디를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캐디를 계속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딸이 상당히 꼼꼼한 성격이다. 다른 캐디를 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딸과 좀 더 이야기해보고 가장 순조롭고 문제없을 시기에 캐디를 바꿀 계획이다. 벌써 다른 외국캐디로부터 하고 싶다는 전화가 오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운정이의 골프백을 계속 멜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폰서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최씨는 “무엇보다 볼빅에 정말 감사하다. 딸이 미국 진출 후 가장 어려울 때,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고 힘들 때 손을 내민 곳이 볼빅이다. 볼빅 문경안 회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 딸이 조금 더 잘하면 후원 계약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그때 문 회장님께서 ‘선수가 잘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스폰서가 있어야 하고, 운정이의 성실한 모습을 보면 LPGA에서 꼭 성공할 선수다’고 말씀해주셨다. 문 회장님의 믿음과 응원이 운정이의 우승을 도운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운정의 아버지 최지연 씨는 1989년부터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근무했고, 미국으로 오기 직전까지 서울 혜화경찰서에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