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흔들리는 메르켈의 ‘무티 리더십’ - 정혜인 국제팀 기자

입력 2015-07-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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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에 대한 합의점이 도출되면서 그리스 사태는 안정화를 되찾고 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겔 총리에겐 이번 협상이 오히려 독(毒)이 된 듯하다.

일각에선 메르겔 총리가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흔들림 없는 원칙을 강조해 다시 한번 ‘유럽의 여제’라는 수식어를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유럽 보수·진보 언론 대다수는 “독일이 그리스에 가혹한 물고문을 하고 있다”며 인정없는 메르켈 총리의 입장을 비난했다.

2005년 11월에 취임한 메르켈 총리는 약 10년 동안 뚝심 있는 지도자로 평가됐다.‘무티 리더십’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아온 그는 미국 타임스(TIME)지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서 항상 빠지지 않았다.‘무티 리더십’이란 권력을 과시하지 않고 다른 의견을 포용하면서도 힘 있게 정책을 펴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이탈), 채무불이행(디폴트)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한 그리스 사태를 거치며 메르켈 총리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의 흔적을 지우려던 독일이지만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을 계기로 과거 ‘잔혹한 독일’의 이미지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제채권단 가운데 최대 채권국인 독일이 권력을 앞세워 그리스의 목을 죄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대가 없는 합의란 없다”며 그리스 정부에 강한 긴축정책을 촉구하며 끝까지 그리스를 압박했다.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위해 이전보다 강한 긴축개혁안을 채택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그리스 사태는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승리로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념 있는 정치로 세계인의 호평과 함께 굳건한 입지를 다져왔던 메르켈 총리 개인적인 입장에선 거센 질타를 받는 패배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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