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농약 사이다' 사건이 주는 교훈

입력 2015-07-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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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면수 사회팀장

농약은 농작물의 재배와 저장 중에서 발생하는 해충과 잡초를 방제하는 데 유용한 약품이지만, 이를 잘못 다루면 인체에 치명적이다.

그럼에도, 농촌지역 내 농약 관리는 너무나도 허술하다. 결국 농약 관리에 대한 허술함이 또 다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농약) 독극물 사건을 만들어냈다.

지난 14일 경북 상주의 한 마을회관에서 음료수를 마신 할머니 6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가운데, 이들이 마신 음료수는 살충제가 들어간 사이다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나왔다.

이후 경찰 수사에서 80대 할머니가 용의자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지만, 용의자는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찰 또한 아무런 혐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 또한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3년 2월 충북 보은군 보은읍 한 식당에서 콩나물밥을 먹은 6명 중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양념 간장에 누군가 고의로 고독성 살충제를 넣었기 때문이었다.

또 지난 2007년 5월 경북 영천시내 한 재래시장에서는 ‘농약 드링크제’를 마신 송모(당시 64·여)씨가 숨지고 정모(당시 72) 할머니는 의식을 잃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들이 의식을 잃은 곳 주변에서 찾아낸 다른 드링크제 2병에서도 농약 성분이 있음을 확인했지만, 범인 검거에는 실패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2004년 9월 대구시 중구 달성공원에서 전모(당시 63·노숙자)씨가 농약이 든 음료 3병을 발견, 모두 마시고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그는 이 음료수에 농약이 든 것을 모르고 마셨다.

같은 해 8∼9월 대구 달성공원과 두류공원에서 모두 7건의 유사한 사건으로 1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마신 음료는 5개 들이 한묶음 포장 가운데 3∼4개만 그대로 담겨있어 누군가가 방금 남기고 간 것처럼 위장한 공통점이 있어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됐지만, 이 또한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농약 독극물 사건을 예방하고, 사건 발생 시 범인 검거를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고독성 농약에 대한 관리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골마을마다 농약 판매처가 여러 곳 있지만, 구입자 확인과 농약 판매 개수 등의 관리가 치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독극물 사건의 경우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만 이에 대한 과학수사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도 농약 사이다와 드링크제(자양강장제)에서 지문을 채취하지 못해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독극물 사건이 발생한 후 역학조사를 하더라도 범인 검거에 속도를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미제 사건으로 남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제2, 제3의 독극물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독성 농약에 대한 관계 기관의 모니터링 강화와 진일보한 국과수 수사 기법이 동원돼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농약 등 독극물로부터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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