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컨트롤타워 기능 상실로 방향성을 잃은 대기업 구조조정이 결국 ‘국민의 혈세’로 부실을 막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산업정책적 관점의 구조조정 방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국책은행의 주도적인 구조조정이 혈세 낭비로 이어지는 불편한 연결고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규모 손실로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은 시장의 충격을 고려해 자체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을 긴급 수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연말까지 최대 2조원 규모의 자금이 지원될 전망이지만, 결국 국민의 혈세로 부실을 메워주는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부실기업 지원 밑빠진 독에 물 붓기 = 최대 3조원대 부실이 발생한 대우조선 등 대기업 구조조정이 큰 혼란에 빠졌다. 시장에 충격이 큰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보다는 유상증자와 신규 대출로 추가지원이 이뤄지면서 국책은행의 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STX조선해양 등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 2013년 이후 급증했다. 일반 시중은행이 2013년을 제외하고는 2010년 이후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추세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산업은행의 경우 구조조정기업 등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지면서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3년 STX그룹 대출채권과 관련한 대손상각비 1조5000억원 등이 발생하면서 자기자본이 감소해 BIS비율이 14.64%로 크게 떨어졌다. 건전성 지표는 최악의 수준이다. 대출자산의 연체율은 작년 3월 말 1.34%에서 그해 12월 말 1.64%, 올해 3월 말 1.72%로 늘었다.
이는 은행권 전체 기준 연체율 0.80%와 비교하면 두 배나 높다. 수출입은행 역시 해외플랜트 및 조선 산업 등에 대한 여신 지원이 확대돼 위험가중자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산업은행이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에 따른 예산부담 때문에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우조선 구조조정이 대주주인 산업은행 주도로 추진된다. 채권비율이 높은 시중은행의 참여 가능성이 있지만, 익스포저 한도 등의 이유로 추가 자금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12조4000억원의 여신이 물려 있는 수출입은행 역시 성동조선 자금 지원에 따른 부담으로 대우조선 추가 지원을 전제로 한 자율협약에 강하게 반대했다.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 산업은행 등에 자체 구조조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포스코플랜텍·성동조선 법정관리 위기 =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포스코플랜텍 역시 2분기 17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시장에서는 2분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현재 진행 중인 워크아웃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포스코플랜텍이 포스코 그룹 비자금 수사와 대출금 연체 등이 발생하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정밀 실사를 마친 후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워크아웃에 돌입할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포스코가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포스코가 추가적인 자금 투입 여력이 없는 데다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도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포스코플랜텍 법정관리 신청설이 힘을 얻었던 이유다.
수출입은행 역시 성동조선해양 리스크로 공적자금 부실 논란에 빠졌다. 지난 5월 성동조선에 단독 지원한 3000억원이 이달 말 완전 소진되면서 시중은행들의 자금지원 거부가 지속될 경우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앞서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의 성동조선에 대한 출자전환으로 1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전체 은행권 출자전환 1조4500억원 중 수은이 70% 가까이를 떠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