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조조정 악순환, 당국 뒷짐...시중은행, 발 빼고 '컨트롤 타워 부재'

입력 2015-07-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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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부실 악순환이 거듭되자 금융당국의 미흡한 대응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급속한 경기위축을 우려해 ‘칼 대기’를 주저하다 결국 정부가 좀비기업(저금리와 정책자금 지원으로 연명하는 부실기업)을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기업 부실은 경기침체의 결과이자 원인인 만큼 기업 구조조정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 발표가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매년 발표하는 대기업 구조조정 명단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기업들을 어떻게 골라 내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지금 기업 구조조정의 가장 큰 문제는 이들 좀비기업을 골라낼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상시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동부와 현대그룹 구조조정이 한창인 때다. 기업부실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구조조정 관련 협업체계를 구축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 방향을 밝힌 지 1년도 못 돼 대우조선해양, 성동조선, 포스코플랜텍에 국민 혈세가 들어가게 됐다. 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구조조정 실기(失期)는 ‘돈 풀기’를 통한 경기 회복 노력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13년 현오석 경제부총리 시절엔 17조원이 넘는 추경을 편성했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후에는 두차례(재정+추경)에 걸쳐 68조원을 풀었다.

한국은행도 2013년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5%포인트나 내렸다. 그러나 시중에 풀린 돈은 투자와 같은 생산적 영역으로 연결되지 않고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비생산 영역에만 집중됐다.

양원근 금융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선제적·상시적 구조조조정이 매우 어려운 구조”라며 “대기업 집단경영으로 경쟁력 없는 기업이 계열사 보조를 받아 생존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성장이 지속될 경우 기업 구조조정은 향후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경영부실이 신속히 시장에 알려질 수 있도록 공시 제도를 개선하고 사모펀드 시장을 좀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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