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MG손해보험이 보유하고 있는 흥국화재의 지분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취득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빨리 진행하려한 MG손보와 저평가된 자회사 지분을 할인해 매입하려 한 흥국생명의 이해관계가 맞물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보험업계 및 IB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 17일 MG손보가 보유하고 있던 흥국화재의 지분 250만주와 MG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35만주 등 총 285만주를 112억5500만원에 시간외 대량매매로 취득했다. 이로써 흥국생명이 보유한 흥국화재의 지분은 55.18%에서 59.56%까지 늘어났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현재 흥국화재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저평가를 받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면서 저평가 주식을 취득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블록딜로 인해 '미소'를 짓고 있는 곳은 바로 MG손보다. MG손보는 10년간 흥국화재의 주식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주가가 오르지 못해 대량으로 매각할 방안을 고심했다.
MG손보의 전신인 그린손해보험은 지난 2005년 3월 콜옵션과 교환사채 인수로 흥국쌍용화재 주식 140만주를 인수했다. 당시 주식 교환 가격은 주당 4000원선이었다. 이후 그린손보는 흥국화재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지난 2010년 11.80%까지 보유지분을 확대했다.
하지만 2012년 그린손보는 금융당국으로 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뒤 매각절차에 들어갔고 2013년 MG손보로 공식 출범했다.
MG손보로 공식 출범한 뒤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흥국화재의 지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흥국화재의 주가가 10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등 답답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MG손보는 지난해 5월부터 흥국화재의 지분을 본격적으로 매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0%가 넘는 흥국화재의 지분을 다량으로 매각할 방법이 없던 MG손보는 장내매도 방식으로 올해까지 꾸준히 매도해왔다.
MG손보는 이번 블록딜 이후 남은 약 118만주 가량의 흥국화재 주식도 계속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MG손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흥국화재의 주식을 매각하기로 계획했지만 마침 블록딜 기회가 와서 매각했다"며 "남은 주식도 올해 안에 전부 매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