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민등록번호, 이대로 안고 갈 것인가

입력 2015-07-22 13:08 수정 2015-07-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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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운 온라인국장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13자리로 만들어진 하나의 숫자열을 외우고 있을 것이다. 바로 주민등록번호다.

주민등록번호는 일제시대 때 도입된 조선기류령 및 기류소속규칙이 그 기원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주민등록번호의 시작은 1968년 1월 김신조를 포함한 북한의 특수부대 요원 12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간첩을 손쉽게 식별하기 위한 구체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같은 해 11월 21일 국민 개개인에게 번호를 부여하고 18세 이상에게는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당시 주민등록번호는 처음에는 지금과 달리 12자리로 이루어져 있었고, 1975년이 돼서야 현재와 같은 13자리로 변경되게 된다. 그렇지만, 주민등록번호는 많은 개인의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물론, 너무나 쉽게 알 수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대한민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국가에서 개인식별 번호를 부여하는 경우는 있으나, 우리와 달리 무작위 번호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현행 주민등록번호의 앞자리 6개 숫자는 누구나 알다시피 생년월일을, 뒷자리 7개 숫자는 성별과 출생등록지의 고유 번호를 나타낸다. 뒷자리 첫 숫자는 성별을, 다음 숫자 2개는 출생 등록지에 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번호, 다음 숫자 2개는 출생 등록을 한 읍·면·동주민센터 고유 번호다. 마지막 숫자 역시 ‘11-{(2×1번 숫자+3×2번 숫자+4×3번 숫자+5×4번 숫자+6×5번 숫자+7×6번 숫자+8×7번 숫자+9×8번 숫자+2×9번 숫자+3×10번 숫자+4×11번 숫자+5×12번 숫자)mod 11}’라는 간단한 규칙으로 만든 검증번호에 불과하다.

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과거 인터넷 상에서 수집된 주민등록번호가 올해 말까지 파기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재유출에 대한 위험성을 낮출 수 있겠지만, 이미 우리 국민의 주민등록번호는 공공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 유출 사건은 그간 수없이 일어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2011년 7월 26일 벌어진 네이트 개인정보 유출 건이다. 무려 전 국민의 대다수인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된 사고로, 국내 정보보호 사고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당시 사고 업체는 주민등록번호 자체를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되어 있기 때문에 유출되었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암호화에 주로 사용되는 국제 기준인 ‘AES(Advanced Encryption Standard) 128’ 체계는 현재 컴퓨터 능력으로는 해독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컴퓨터 성능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조만간 해독이 충분하다는 게 보안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평생, 80년을 넘게 사용하는 개인코드가 5년 뒤, 10년 뒤를 장담하지 못하는 보안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는 것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게다가 한국 사이트를 해킹해 얻을 수 있는 개인정보는 너무도 구체적이어서 해커들의 집중적인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들 개인정보는 1인당 5~10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인 바이두에서는 ‘韓國實名(한국실명)’이라는 간단한 키워드만으로도 국민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이 수없이 나열된다.

그간 우리나라는 너무나 습관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해왔다. 미국의 경우 주민등록번호와 유사한 9자리의 사회보장번호가 있지만, 구글이나 애플 등 어떤 기업도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들 해외 기업은 결제를 위한 카드번호만으로 문제없이 일 처리를 할 수 있다. 기업의 습관적인 요구와 개인의 무관심한 제출은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져, 결국 온라인 신뢰성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의 해결은 현행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폐지하거나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행정자치부는 현재의 주민등록 번호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주민등록증을 일제히 교체해 재교부하는 방안을 추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등록증 디자인을 바꾸고, 얼굴 사진을 새롭게 하는 것이 ‘온라인 세상’에서 과연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더욱 가속화될 사회적 변화를 염두에 둔, 진지하고도 체계적인 준비는 어디에 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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