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 도가니에서 소수의견까지… 세상을 바꾼 법정 영화

입력 2015-07-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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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불능 경우만 성폭행 인정’ 조항 삭제 이끈 ‘도가니’... 전관예우 공론화 ‘부러진 화살’

지난달 개봉한 영화 '소수의견'에 대해 법조인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부러진 화살'이나 '도가니' 만큼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영화보다 사건 진행 과정을 현실감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다.

소수의견은 손아람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국선변호사인 윤진원(윤계상 분)이 강제철거 현장에서 경찰을 죽인 현행범 박재호(이경영 분)의 변론을 맡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감독이나 작가는 밝힌 적이 없지만, 이 영화가 용산 참사 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원 내에서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검찰에서는 지나치게 조직을 나쁘게 묘사했다는 평도 있다.

실화를 다룬 법정 영화는 예술적 가치 외에도 사회 문제를 공론화해 현실의 제도에까지 영향을 준 선례가 많아 전문가들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2011년 개봉한 '도가니'는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며 법안까지 바꾼 사례다.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다룬 이 영화로 인해 그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맡은 법원과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는 '도가니 국감'으로 불릴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고, 국회는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 법률에 따르면 자애인과 13세 미만의 아동을 성폭행했을 경우 7년, 10년으로 각각 형량을 대폭 강화했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됐다. 장애인 여성과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행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도 폐지됐다.

영화에서 문제가 된 피해자가 '항거불능'일 경우에만 성폭행으로 인정하는 조항도 삭제됐다. 영화 한 편이 성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을 완전히 바꿔놓은 사례다.

성균관대 김명호 교수가 재임용 소송에서 패소한 데 불만을 품고 재판장에게 '석궁 테러'를 가한 내용을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도 사법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김 교수가 범행을 저지른 데에는 재판절차가 투명하지 못한 점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전관예우' 논란이 공론화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김 교수가 제기한 교수지위 확인소송의 1심 재판장이었던 부장판사는 소송을 당한 성균관대 출신이었고, 성균관대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에서 1년 4개월여간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당시 법원은 "법무법인에서 근무를 마친 지 4년이 지난 후 재판을 맡았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질타를 받을 만한 상황을 자초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 영화는 현직 부장판사의 징계처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2년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실제 이 사건의 재판부 합의 내용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게시판을 통해 "석궁을 맞은 박홍우 의정부지법원장 등 재판에 관여했던 판사들은 처음에는 김 교수에게 승소 판결을 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판결문 작성과정에서 김 교수 주장에 모순점이 발견돼 변론을 재개한 결과 최종적으로 패소 판결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재판부 합의내용을 공개하는 금지한 법원조직법을 근거로 이 부장판사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독립성이 보장되는 법관에게 정직은 법률에서 정한 가장 무거운 징계에 해당한다.

2013년에 개봉한 '변호인' 역시 형사사건 증거를 조작했다는 점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과 맞물려 비난 여론을 증폭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장관급 공직을 지낸 한 법조인은 "법정 영화가 일반의 법 감정이 어떤 지를 법조계에 전달하는 면이 분명히 있다"며 "전문적인 분야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더라도 그 안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법조인들이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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