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23일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과 관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임모 과장이 삭제 권한이 없는데도 데이터를 지웠다며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신 의원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병호 국정원장이 (국정원) 현장조사를 수용한 지난 14일 정보위 이후 임 과장이 숨지기 전날인 17일까지 4일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가 중요해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숨진 임 과장은 지난 4월 타 부서로 전출됐고, 4급 이하는 삭제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국정원 내규”라면서 “정보위 이전에 삭제했다고 가정하면 권한도 없는 4급 직원이 어떻게 (삭제) 했는지,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만약 정보위 이후 삭제했다면 집단적, 조직적인 광범위한 삭제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임 과장이 여기에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촉구했다.
신 의원은 국정원 해킹 데이터가 미국에 있는 해외 서버를 거치도록 돼 있어 실정법 위반은 물론 삭제된 데이터의 100% 복원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비영리 연구팀 ‘시티즌랩’의 작년 2월 보고서를 인용, “국정원의 해킹 데이터가 (미국) 시카고의 회사 서버를 통해 지나간다”며 “이탈리아 (해킹팀) 업체가 의도적으로 미국 서버를 이용한 것이다. 국정원은 아마 미국 서버 존재 사실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티즌랩은 이 방식이 미국법을 위반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의 동의가 없다면 우리 정부가 미국의 주권과 내정불간섭에 대한 국제법 원칙도 어긴 것”이라며 “우리나라 감청 데이터가 미국 정부와 사기업에 낱낱이 공개됐다는 뜻이고, 우리가 기밀을 함부로 다룬다는 뜻”이라고 했다.
신 의원은 국정원이 임 과장이 삭제한 데이터 복구에 나선 데 대해선 “만약 해외 데이터 서버까지 지웠다면 로그 자체가 영구 삭제돼 복구 불가능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