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현장] 박인비ㆍ남기협 부부를 보면서

입력 2015-07-2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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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남기협 부부의 성공 인생이 주목받고 있다. 필드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사랑을 키워온 두 사람은 일과 결혼, 성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거머쥐었다. (KB금융그룹)

“평범한 사람이요. 그냥 월급 받는 회사원이면 좋을 것 같아요.” 결혼 적령기인 한 여자 프로골퍼의 말이다. 그는 자신의 배우자 희망 직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프로골퍼는 수입이 불안정하잖아요. 남편 수입이라도 일정해야 생활이 되죠.”

고수익에 선망 받는 직업인 프로골퍼라도 결혼관은 의외로 소박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상당수의 여자프로골퍼는 배우자의 희망 직업으로 ‘평범한 샐러리맨’을 꼽고 있다. 반면 골프선수와 그와 관련된 직업은 인기가 없다. 하지만 “평범한 회사원 월급이 얼마인 줄 아냐?”라는 현실적인 질문에는 답변을 흐린다. 결혼 적령기에 놓인 여자프로골퍼들의 비현실적인 결혼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프로골퍼는 경제관념이 흐릿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어릴 적부터 대기업 임원과의 라운드가 잦고, 주는 것보다 받는 데 익숙하다. 대회당 총상금은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한방에 인생 역전도 가능하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한 여자프로골퍼는 “택시요금으로 5000원을 내야 하는데 실수로 만원짜리 다섯 장을 냈다”며 투덜댔다. 국내 골프선수들 사이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웃지 못 할 해프닝이다. 배우자로 평범한 샐러리맨을 희망하는 우리나라 여자프로골퍼들의 현주소다.

그런 면에서 여자프로골퍼는 결혼이 쉽지 않은 직업일 수도 있다. ‘아내=내조’라는 오랜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한 우리나라에서는 더 그렇다. 프로골퍼는 연중 전국 또는 전 세계를 돌며 많은 대회에 출전한다. 대회마다 규모는 다르지만 보통 3~4라운드를 치른다. 프로암과 연습라운드, 대회장 이동일까지 감안하면 단 하루의 휴식도 없이 시즌을 보내야 하는 혹독한 직업이다. 사실상 가정적인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일까. 국내 여자프로골퍼들은 스스로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포기한 채 살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생 꽃다운 나이의 모든 열정을 필드에 쏟아내는 사이 결혼은 먼 나라 이야기가 돼버린 것이다. 다른 운동 종목과 달리 여자선수들의 결혼 소식이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이유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결혼에 대한 모든 편견을 보기 좋게 깨버린 사람도 있다. 박인비(27ㆍKB금융그룹)·남기협(34) 부부다. 필드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사랑을 키웠고, 서로의 이성 친구이자 코치(제자)로서 신뢰를 쌓았다.

박인비는 스윙코치이자 남편인 남기협의 외조를 등에 업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그 덕에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후 혹독했던 슬럼프도 극복할 수 있었다. 2013년 메이저 대회 3연승 신화와 세계랭킹 1위 기쁨도 남편 남씨와 함께 나눴다. 박인비는 시즌 중에도 그런 남씨의 헌신적 외조를 수차례 언급해 감동을 줬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경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대다수의 여자프로골퍼들의 비현실적인 결혼관과는 분명 거리감이 있다.

세상의 온갖 편견을 깨고 일과 결혼, 그리고 성공이라는 세 토끼를 잡은 두 사람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콤비에서 필드 밖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내기까지 서로를 향한 배려와 존경심,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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