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의 경제] 데뷔해도 무명설움 ‘여전’… 떴다해도 불화ㆍ탈퇴 ‘휘청’

입력 2015-07-2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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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척박한 현실… 인지도 쌓기 힘들고 멤버교체로 존폐 위기 맞기도

90년대 H.O.T, 젝스키스, S.E.S의 등장은 아이돌이란 새로운 트렌드의 시작을 알렸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가요계는 아이돌 그룹으로 대변된다.

7월 셋째 주 KBS 2TV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 출연진은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걸스데이, 씨스타, 인피니트, 에이핑크, 틴탑, AOA, BTOB 등 아이돌 일색이다. 윤혁·DK의 남성 듀오 디셈버와 솔로로 나선 카라 멤버 구하라를 제외하면 17개 출연자 중 15개 팀이 아이돌 그룹이다.

아이돌 전성시대는 역설적으로 수많은 아이돌의 도전과 실패를 말한다. 매년 수십 개의 아이돌 그룹이 가요계에 데뷔한다. 지난해만 해도 총 33개 팀이 출사표를 던졌다. 2012년에는 무려 43개 팀이 데뷔했다. 인원으로 보면 약 200여명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하지만 그중 성공의 단맛을 보는 아이돌은 극소수다. 올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 13개 팀 중 여자친구를 제외하고 인지도를 쌓은 그룹이 없다. 지난해 33개 팀 중에서도 갓세븐과 마마무를 제외한 아이돌 그룹은 무명에 가깝다. 화려한 아이돌 전성시대 속에 데뷔 무대조차 갖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김진호 대중문화평론가는 “매년 수많은 아이돌이 데뷔한다. 그만큼 아이돌의 생명력은 짧다. 수년간 연습생으로 청춘을 보내고 데뷔 후 버려지는 아이돌이 부지기수다. 아이돌 그룹에 대한 선호도는 그만큼 경쟁적인 시장 환경을 낳고, 기계적 제작은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그룹으로 활동하는 아이돌의 특성상 멤버 간의 불화, 멤버 교체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그룹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최근 카라 니콜·강지영, f(x) 설리, 원더걸스 선예·소희 등이 탈퇴를 선언한 것처럼 아이돌 멤버의 교체는 아주 흔한 일이다. 대형 기획사의 경우 멤버의 탈퇴에도 금세 회복이 되지만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은 멤버의 탈퇴가 곧 그룹의 존폐 위기로 이어진다. ‘위아래’로 큰 인기를 얻은 걸그룹 EXID의 멤버는 본래 하니, 정화, 엘리 외에 해령, 혜연, 유지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이들 3명이 연기, 학업, 부상을 이유로 탈퇴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급하게 새로운 멤버로 교체해 ‘I Feel Good’, ‘매일밤’으로 연이어 컴백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동영상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한 ‘위아래’의 재조명이 아니었다면 EXID 역시 지금의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이돌 그룹 한 팀을 만드는 데 매달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고려했을 때 경제적 어려움도 멤버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5인조 그룹을 기준으로 볼 때 숙소, 안무 연습실, 식대, 안무·보컬 강습료, 미용 성형비 등의 비용이 수개월간 들어가며 음반 발매가 확정되면 제작비 역시 만만치 않다.

한 아이돌 그룹 소속사 관계자는 “아이돌 세계는 오래 버티는 사람이 승자다. 결국 충분한 자금의 확보가 성공과 직결되는 중요 요소라고 할 수 있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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