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마이라이프] “딸은 여자가 되고, 결국 엄마로 살게 된다” 연극 <친정엄마> 원작자 고혜정 작가 인터뷰

입력 2015-07-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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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친정엄마>, 8월 30일까지, 장소 대학로 예술마당 1관, 연출 이효숙, 출연 박혜숙, 조양자, 이경화 등(마케팅컴퍼니아침 제공)

마흔이 다 된 딸에게 여전히 ‘아가’라고 부르며 뭐든 해주고 싶어 안달인 엄마와 그런 엄마의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내가 엄마 땜에 못 살아“라는 말로만 화답하는 딸이 있다. 바로 연극 ‘친정엄마’ 속 모녀이며, 연극의 원작 도서 <친정엄마>의 저자 고혜정과 그의 어머니 실제 모습이다. 현실적이고 친근한 이 모녀의 이야기는 연극과 작가의 경험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의 이야기로 따뜻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까칠하고 못된 딸이었지만, 이제는 자신도 딸바보 엄마가 되어 버린 고혜정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STAGE interview>>

▲고혜정 작가(마케팅컴퍼니아침 제공)

딸이면서 동시에 엄마로 사는 이들이 공감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내리사랑 아닐까요? 마지막 장면에 딸이 하는 대사 중 이런 게 있죠. “엄마 미안해. 늘 나 힘든 거만 말해서 미안해. 사랑한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힘들 때 왜 날 낳았냐고 원망해서 미안해. 그중에서도 제일 미안한 건, 엄마는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하는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엄마가 아니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 대사처럼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자란 딸이 나중에 엄마가 되었을 때는 그 사랑을 엄마에게 갚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딸에게 베풀어요. 그리고 역시 자신의 엄마처럼 딸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죠. 그게 엄마죠. 딸은 여자가 되고 결국 엄마로 살게 된다는 점에서 가장 크게 공감을 하시더라고요 .


실제 작가의 경험이 가장 잘 반영된 부분은 무엇일까요?

책 <친정엄마>는 100% 제 이야기입니다. 딸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워봐야 엄마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죠.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다는 아니지만 엄마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반성하며 혼자 눈물도 흘리게 됐어요. 그래서 그런 기억들이 떠오를 때마다 일기처럼 기록해 놨던 원고가 <친정엄마>라는 책이 됐고, 그 책을 극본으로 만든 것이 연극 ‘친정엄마’이기 때문에 모든 에피소드와 장면이 실제 제 이야기예요. 대사 역시 엄마와 제가 늘 쓰는 말이고요. 물론 연극과 달리 친정엄마는 지금 전북 정읍에 살고 계십니다. 엄마가 죽는다는 설정을 연극 대본에 넣게 돼서 그것만 상상으로 썼는데 쓰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진짜 그럴 것 같아서요.


에세이 <엄마 김영순>에서 ‘엄마의 삶은 시간이 흘러 우리 모두의 인생이 된다’고 했는데, 현재 자신과 어머니의 삶이 닮아 있나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악을 쓰던 못된 딸이었어요. 걸핏하면 엄마 때문에 못산다며 짜증내고 신경질만 부렸죠. 그런데 “너도 나중에 더도 덜도 말고 딱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봐라”던 엄마의 악담(?)이 현실로 된 걸까요.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을 키우는 요즘, 매일이 가시방석이고 살얼음판입니다. 우리 딸보면서 ‘내가 예전에 엄마한테 저랬지’ 하며 뜨끔뜨끔해요. 근데 참 이상하죠. 우리 딸이 저한테 하는 짓을 보면서 반성하고 엄마한테 얘기하면 우리 엄마는 “아가, 너는 내 속 안 썩였어야. 네가 얼매나 착헌 딸이었다고”라고 해요. 말도 안 되거든요. 제가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데요. 그런데 엄마는 제가 못되게 굴던 것들은 다 잊고 즐거운 추억, 딸 키우는 재미로 기억하고 계시더라고요. 더 미안하고 눈물 나게 말이죠.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엄마한테는 그렇게 못되고 까칠하게 굴던 제가 딸한테는 꼼짝 못하고 눈치를 보네요. 딸이 웃으면 저도 기분이 좋고, 좀 다운돼 있으면 제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내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옛날에 우리 엄마가 그러셨을까요? 이 못된 딸 때문에 늘 눈치를 봤을까요?


공연을 보게 될 많은 딸들과 어머니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행가 가사에 있죠.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엄마와 딸, 세상에 이보다 더 가깝고, 따뜻하고, 눈물겨운 관계가 있을까요? 정말 엄마가 영원히 우리 곁에 있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렇지 못한다는 걸 다들 알고 있잖아요. 아무리 거부하고, 모른 척하려 해도 엄마는 늙고, 우리 곁을 떠날 시간은 다가오는 거죠. 우리 엄마는 안 죽을 거 같은데, 우리 엄마 죽으면 나는 못 살 거 같은데. 제가 특별히 부탁할 건 없습니다. 연극 ‘친정엄마’를 보시면 다들 알아서 잘 하시던데요. 사실 그런 모습 보면서 보람을 느껴요. 연극을 본 엄마와 딸들의 따뜻한 모습이 제겐 힐링이에요.



△고혜정 작가

KBS <유머일번지>, <코미디 세상만사> 등 극본.

도서 <친정엄마>, <여보 고마워>, <엄마 김영순> 등의 저자. 2009 국회대상 연극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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