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지난 10년간 안정적인 성장을 해오다가 최근 들어 위기를 맞았다. 성장성 지표를 보면 자산과 매출 규모 변화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또 최근 4년간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계순위도 10년 전과 비교해 6계단이나 후퇴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정은 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등 체력을 다지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매출은 지난해 말 현재 10조6060억원이다. 이는 전년도 11조5960억원과 비교해 9000억원 이상 줄어든 금액이다. 연도별로 보면 2005년 6조5240억원, 2006년 6조9650억원, 2007년 8조3720억원, 2008년 12조6490억원 등으로 현정은 회장 취임 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09년 10조7270억원으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듬해 12조7580억원으로 회복 기미를 보였지만 2011년 11조980억원으로 다시 꺾였다. 이후 소폭 등락을 하다가 지난해 10조606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2005년부터 4년간 매년 평균 6000억원을 남겼지만 이후 6년은 적자에 시달렸다. 2009년 9190억원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가 이듬해 764억원 흑자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지만 2011년 다시 적자전환했다. 지난 2009년 이후 현대그룹의 적자규모는 3조4410억원에 이른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해 강력한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적자폭이 320억원 규모로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대규모 적자가 잇따라 발생하다 보니 그룹 전체 자산 규모는 지난해 큰 폭으로 역주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자산규모(공정자산 기준)는 2005년 7조1250억원, 2006년 8조7600억원, 2007년 9조70억원, 2008년 12조5740억원, 2009년 12조4720억원 등이다. 이후 2010년 13조7050억원, 2011년 13조9480억원, 2012년 14조9650억원, 2013년 14조1130억원 2014년 12조5660억원으로 나타났다.
재계 순위도 크게 밀렸다. 현정은 회장 취임 당시 현대그룹의 재계순위(공기업 제외)는 15위를 보였다. 이후 한계단씩 주저앉더니 현재 21위다. 또 지난해 이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증권 매각에 나서면서 올해 말 기준으로 재계순위는 다시 한 번 뒤로 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선제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STX그룹과 동양그룹 등 일이 크게 불거진 후 뒤늦은 재무구조 개선으로 와해 수순을 밟은 과거 대기업집단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