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절벽 대책] 부진한 노동개혁에 청년고용대책 실효성 반감…노동계 “정책 부실 여전” 반발

입력 2015-07-27 17:47 수정 2015-07-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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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한 민관합동 대책회의가 27일 오후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열린 회의에는 최 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정부가 27일 2017년까지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 기회를 만드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노동계는 일제히 실효성이 없는 부실한 대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기존 대책의 재탕·삼탕에 불과하며 시간선택제 공무원과 청년인턴 확대는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만 양산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이번 청년대책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2차 노동개혁 방안을 담으면서 또다시 노정간 갈등이 촉발될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청년고용을 근본적으로 늘릴 수 있는 대기업-중소기업 근로자, 정규직-비정규직 간 처우 격차 완화는 도외시한 채 교원 명예퇴직 확대 등으로 고용유연화를 밀어붙인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기준 명확히”…정부, 8~9월 2차 노동개혁 추진 = 정부는 이날 발표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통해 노동시장 개혁과 서비스업 활성화 등으로 일자리 친화적인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유연성을 높이고자 1차 노동시장 개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2차 개혁을 추진키로 했다. 오는 8~9월 내놓을 2차 개혁안에는 이른바 ‘쉬운 해고’로 통칭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기준 명확화와 근로계약 해지 가이드라인 마련,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직 규제 합리화에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앞서 지난 4월 노사정 대타협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정부가 독자적으로 내놓은 1차 추진방안에서는 임금피크제 확산에 방점이 찍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도 개정한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취업규칙 변경 때 노조 동의를 필요치 않는다는 법원 판례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현장에서 노사가 합의해야 하는 사안이므로 노사는 물론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기간제, 파견근로 등 비정규직 고용 문제 역시 실태조사와 노사·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인력난이 심한 업종을 대상으로 파견규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회안전망 확충 차원에서는 실직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실업급여를 개편할 방침이다.

◇노동계 “사회적 대화 결여된 부실 정책…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할 뿐” = 노동계는 이번 청년고용대책에 포함된 노동시장 개혁 문제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일반해고 기준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노동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서명을 내고 “정부가 강행하려고 하는 비정규직 확대, 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완화 등 노동시장구조개악 정책은 열악한 일자리는 늘리고 양질의 일자리는 축소함으로써 청년실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에서 “최근 국내에서도 노동소득 증대와 장시간노동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이 고용증대를 위한 유력한 구조적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러한 방안을 외면한 채 노동시장 구조개악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단기 일자리를 늘리고, 청년 인턴제를 확대해 청년 고용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구상에도 날 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국노총은 “이번 대책은 사회적 대화나 공감대 형성, 노동계 의견 수렴 절차를 반영하지 않고 만들어진 내용으로 실효성 없는 기존 대책을 재탕, 삼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2017년까지 4500명 신규 채용하고 중소기업 위주의 청년인턴제를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비정규직 양산정책일 뿐 정규직 일자리를 선호하는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도 정규직과 비정규직과의 임금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근무환경 및 임금차이 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노동시장 개혁이 이뤄져야 근본적으로 청년 고용절벽 공포를 줄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노동통계연구실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근본적인 청년고용 대책”이라며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더라도 30대에는 좋은 일자리로 옮길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기존 일자리를 재구성해 정규직-비정규직 등의 계층 간 격차를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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