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형제의 난] 신격호-신동빈 父子 상호 해임 사태…일본 롯데에 무슨 일이?

신격호 회장 4년 반만의 일본행…두 번의 긴급이사회, 급박했던 1박 2일

▲(왼쪽부터) 신격호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일본 롯데홀딩스가 28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갖고 신격호 대표이사 회장을 전격 해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형제의 난이 다시 일어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8일 롯데홀딩스의 긴급 이사회 개최와 신 대표이사 회장의 해임소식을 보도했다. 신 전 대표이사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는 내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신 대표이사 회장을 전격 해임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 대지진 이후 4년 반만에 일본으로 급작스럽게 건너갔다는 점이다. 신 총괄회장은 올초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을 해임시킬 때도 모든 일처리를 한국에서 진행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전날인 27일 오전 신동주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 등 5명의 친족들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94세의 고령으로 거동과 말이 불편한 신 총괄회장의 급작스런 일본행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27일 오후 신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해임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는 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이 포함돼 있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에서 부회장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 후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를 실질적인 경영자로 내세웠던 것과는 반대되는 인사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자 신동빈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은 신 총괄회장의 27일 이사 해임 결정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적인 사항이라고 규정하고, 28일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해임했다.

이번에는 한국과 일본의 롯데의 실질적인 1인자인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를 해임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해임 사태와 관련해 일단 신동주 전 부회장이 동생인 신동빈 회장을 밀어내기 위해 반란을 꾀했다가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측은 일단 27일 벌어진 신동빈 회장 해임과 관련해서는 입을 닫은 채 신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는 결정을 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롯데그룹은 이날 오후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격호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롯데홀딩스는 향후 주주총회를 통해 신격호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본 사안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결사항이며, 한국의 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서 “신격호 명예회장이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주요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게 될 것이며,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그룹을 대표하여 향후 양사의 시너지 창출과 이를 통한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