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어디로] 신동빈 치밀한 역공...정관에도 없는 명예회장직에 부친 추대한 속내는

입력 2015-07-29 16:01 수정 2015-07-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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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원 롯데’를 향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역공은 치밀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7일(현지시간) 아버지이자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93)을 앞세워 자신의 해임을 꾀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 신속하고도 주도면밀하게 반격에 나섰다.

그는 지난 1월 물러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동하고 도쿄에 있는 롯데홀딩스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신격호 회장을 제외한 6명의 이사 전원을 해임하라고 통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튿날인 28일 오전에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며 이사 해임이 무효임을 선언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대표권을 박탈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인사를 강행했다. 총 7명의 이사 중 신격호 총괄회장은 불참, 신동빈 회장은 기권, 5명의 이사가 이에 찬성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롯데의 고위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인사에 대해 “그룹 경영과 무관한 분들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법적 지위를 이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모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롯데홀딩스에 명예회장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공식 명예회장직에 취임하려면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아직 주주총회 일정은 정해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신동빈 회장이 부친에게서 대표권을 박탈하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게 한 건 기업지배 구조상 이례적인 상황이었던 셈이다. 혼자 거동하기도 힘든 90대의 신격호 총괄회장을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용했다는 판단에 따라 재발 방지를 위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한국 롯데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기업 지배 구조상 무시할 수 없는 사태”라고 말하며 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한국 쪽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신격호 회장은 앞으로도 한국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지위를 유지하고 한국과 일본의 주요 사안에 대한 보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오는 가을 93세를 맞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둘러싼 건강이상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격호 회장은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자신을 한국에서 일본 도쿄로 동행시키고, 또한 이사 전원의 해임을 통보하는 상황을 옆에서 휠체어를 탄 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다. 장남은 지난 1월 자신이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시키고 이후 차남인 신동빈 회장에 한일 롯데의 대표권을 내줬다. 불과 수개월 사이에 벌어진 그의 일관성 없는 태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롯데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금도 건강하지만 이전에 비해 다소 판단력이 흐려져 보인다”고 귀띔했다.

웬만한 영화보다 긴박했던 롯데일가의 경영권 소동은 신동빈 회장의 승으로 일단락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가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쳤다. 롯데홀딩스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자산관리 회사가 약 27% 출자했고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일가가 직접 출자하고 있다. 또한 사원지주회 등도 주주이며,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주주로 알려졌다.

신문은 “주주총회 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이번 이사회의 결정에 반발한 신동주 씨 측이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동주 회장의 측근인 한 롯데 관계자는 “경영자로서 누가 적합한 지는 지금까지의 실적을 보면 주주들도 알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1948년 일본에서 창업해 한국에는 1967년에 진출했다. 제과 중심의 일본에 비해 한국은 소매와 화학, 금융 등 다각화로 그룹 매출은 일본의 20배 규모로 성장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반목을 꾀한 형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해 “연로한 아버지를 끌어 들여 가족과 기업 경영을 혼란시키는 행동은 두 번 다시 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아버지 신격호 회장에 대해 “아버지로서도 경영자로서도 유일무이한 존재”라며 “이날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신격호 회장에게서 대표 자격을 박탈하는 결의에 투표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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