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줄곧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1일 예약했던 항공편을 돌연 취소하고 귀국일정을 연기했다. 이날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부친의 제사가 있는 날이여서 온 가족이 모여 가족회의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신 회장만 불참할 것으로 보여 ‘반(反) 신동빈’ 전선이 구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날 한국행을 취소한 신 회장은 계속 일본에 머물 예정으로, 따라서 제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이 일본에 머무는 이유에 대해 지난 15일 신 회장이 취임하면서 그동안 경영 성과와 지표를 보고받고 실적 향상을 강구하기 위해 기업 관계자들과 두루 만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의 부친인 신진수씨의 제삿날 음력 6월 16일이 양력으로 따지면 오늘이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을 중심으로 가족회의가 열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씨가 30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도 시아버지 제사에 참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졌다.
제사는 통상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롯데호텔에서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 신 총괄회장은 롯데호텔 신관 34층에 머물면서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과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측 인사들과만 접촉하고 있다. 롯데호텔 34층은 본래 신 총괄회장의 숙소와 집무실 등이 있는 곳으로 일반인은 승강기는 물론 비상구로도 출입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신 총괄회장의 거동이 불편하고, 신 전 부회장이 취재진 때문에 숙소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 롯데호텔 34층이 아지트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날 제사에는 신 총괄회장과 그의 부인, 신동주 전 부회장,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5촌 조카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참석자들 상당수가 지난 난 27일 신 전 부회장의 난에 가담한 인물이다.
또 신 전 부회장은 물론, 동생들 중 유일하게 신 총괄회장과 사이가좋은 셋째 남동생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참석한다면 다시 한번 신 전 부회장의 일본롯데 경영권 승계를 주장할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의 경영권 경쟁 구도가 ‘신동빈 대 롯데 일가’로 흐르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