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부호 열전] 이준호 NHN엔터 회장, 검색기술 하나로… ‘네이버’ 국내 포털 1위로 올려놔

입력 2015-08-03 10:47 수정 2015-08-0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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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NHN 의장 손잡고 업계 5위이던 네이버 국내 최고 검색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게임 부문 NHN엔터 분할 최대주주 자리 오르며 홀로서기… 최근 핀테크로 영역확장 노려

IT업계에는 유독 은둔형 오너가 많은 편이다. 이 중 NHN엔테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이준호 회장도 대외활동을 꺼려 은둔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런 성격 때문인지 이 회장의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은 알려진 내용이 없다. 그와 가까운 지인들도 대부분 서울대와 카이스트 대학원 시절에 형성돼 이전까지 상황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은 그가 대학 교수라는 직업을 버리고 기업가로 변신한 배경 정도다.

이 회장은 대학 교수에서 기업가로 변신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이 기업가로 변신을 시도한 결정적인 이유는 검색 기술 능력 때문이었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검색 기술 능력을 보유한 이 회장은 NHN(현 네이버)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1964년생인 이 회장은 1987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전산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회장의 집안 자체는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학원 시절에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벌며 학업에 집중했다고 한다.

이 회장을 잘 아는 지인은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이 회장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남은 시간을 쪼개 억척같이 공부했다”며 “여러 상황으로 미뤄 볼 때 집안 형편이 그리 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 회장이 기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토대는 대학원 시절이었다. 그의 관심 분야는 검색이었다. 이 회장의 박사 논문 역시 정보 검색을 의미하는 인포메이션 리트리벌(lnformation Retrieval)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전산화된 자료가 도서관에 있으면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 회장의 생각이 검색에 깊은 관심을 둔 배경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회장은 검색 기술에 푹 빠져 있었다. 이윤준 카이스트 교수뿐만 아니라 세계적 검색 엔진 전문가인 미국 코넬대 게오르그 셀튼 교수를 찾아가 수학했다.

또 다른 지인은 “대학원 시절 이 회장은 검색분야에서 코딩과 아키텍처 능력이 슈퍼 프로그래머로 인정될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며 “이 회장은 실제로 시스템을 만들고 시연할 정도로 굉장히 깊은 레벨까지 개발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경험은 1990년대 후반 IT벤처 붐이 불면서 이 회장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다. 포털시장이 야후의 독보적인 1위 체제로 구축된 시점에서 박석봉 엠파스 창업자는 당시 숭실대 교수로 있던 이 회장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이 회장이 개발한 자연어 검색 기술은 포털사이트 엠파스에 독점적으로 제공하게 된다. 단어가 아닌 문장으로 검색할 수 있는 자연어 검색 서비스는 단숨에 야후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하지만 기술 제공의 대가를 놓고 이 회장과 박 창업자가 갈등을 빚으면서 결별하게 된다.

이후 이 회장이 만난 사람이 이해진 NHN 의장이었다. 당시 NHN는 야후, 다음, 라이코스코리아, 엠파스 등에 밀려 업계 5위권에 머무르던 회사였다. 이해진 의장은 10억원을 투자하고 월 4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2000년 2월 이 회장은 서치 솔루션이라는 회사를 창업하며 기업가로의 변신을 준비한다. 이 회장은 얼마 뒤 통합검색 서비스 기술을 개발해 NHN에 제공했다. 이러한 신기술을 앞세운 NHN는 포털업계 1위로 등극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2007년 NHN은 서치 솔루션과 합병된다. 이 회장이 교수직을 버리고 기업가로 변신한 시점이다. 이 회장은 NHN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최고서비스책임자(CAO) 등을 맡으며 네이버를 국내 최고의 검색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2013년 8월 NHN는 두 기업으로 쪼개진다. 포털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사업을 진행하는 네이버 주식회사(이하 네이버)와 게임 사업을 담당하는 NHN엔터테인먼트(이하 NHN엔터)로 분할된 것이다. 이 회장이 NHN엔터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해진 의장과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회장의 경우 게임보다는 포털에 더 관심을 뒀기 때문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NHN이 네이버와 NHN엔터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이준호 의장과 이해진 의장이 매끄럽지 못하게 정리한 것으로 얘기됐다”며 “이해진 의장이 누구랑 각을 세우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NHN엔터로 새롭게 시작한 이 회장은 비게임 영역으로 공격적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최근에도 온라인 음악포털 벅스뮤직과 커뮤니티 서비스 세이클럽을 운영 중인 네오위즈인터넷을 인수했다. NHN엔터의 사업 다각화 일환이다. 앞서 NHN엔터는 취업포털 기업인 인크루트, 전자결제대행 전문기업(PG) 한국사이버결제 등 15개 이상의 비게임 기업을 인수했거나 투자했다.

현시점에서 이 회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핀테크 영역이다. 올해 확보한 유상증자 자금과 웹젠 지분 매각 자금 등이 향후 핀테크 영역 확장을 위한 투자금으로 쓰일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1일은 이 회장의 홀로서기 2주년이 된 시점이었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이 회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검색분야 최고 권위자로 명성을 얻은 이 회장이 NHN엔터의 위기상황을 어떤 식으로 헤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준호 NHN엔터 회장 프로필

1964년 9월 17일생

1983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입학

1987년 KAIST 전산학과 대학원

1993년 KAIST 인공지능연구센터 연구원

1994년 연구정보센터 선임연구원

1997년 숭실대 컴퓨터학부 부교수

2000년 서치솔루션 창업

2005~2007년 NHN CTO

2007~2009년 NHN CAO

2009~2013년 NHN COO

2013년~현재 NHN엔터테인먼트 회장·이사회 회장

양창균 기자 yang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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