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귀국에도 경영권 분쟁이 봉합되지 않으면서 세기의 형제 다툼은 장기 모드로 접어들 전망이다. 후계 분쟁의 당사자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의 핵심 지배구조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에 대비하면서 각각 경영권 사수와 회복을 위해 전력 투구에 돌입했다.
◇제2롯데월드부터 찾은 신동빈…그룹 현안 챙기며 ‘원 롯데’ 사수
귀국하자마자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불화설을 불식시키기 위해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가 머물고 있는 소공동 롯데호텔 집무실부터 찾았다. 롯데그룹측은 “금일 동경에서 돌아왔습니다”라는 신 회장의 말에 신 총괄회장이 “어허, 그러냐”라고 대답하는 등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경영권 문제에서도 단호하다. 한일 동시경영 체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 만큼은 변한 게 없어 보인다. 신 회장은 형이 공개한 신 총괄회장의 해임 지시서에 대해“법적인 효력이 없는 소리(문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경영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총에 대해서도 시기가 문제지 분쟁이 지속될 경우 마다하지 않겠다는 늬앙스를 풍겼다. 그는 “조금 기다렸다 하는 게 좋은지 좀 생각하고 이사회의 법적인 절차 통해서 결정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안정했던 롯데그룹 내부도 신 회장의 귀국과 함께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신 회장은 귀국 직후 잠실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 가서 107층까지 직접 올라가 공사 현황도 보고받고, 롯데그룹의 핵심사업인 제2롯데월드 면세점도 챙겼다. 형이 폭로전에 치중했다면 자신은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동요하던 임직원들도 사장단을 중심으로 신 회장의 지지를 표명하며 내부 결속 다지기가 한창이다.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은 4일 긴급 회의를 열고 “롯데그룹을 이끌어갈 리더로 오랫동안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성과를 보여준 현 신동빈 회장이 적임자임에 의견을 함께하고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과의 불화설을 봉합하 이어 “롯데그룹 설립자로서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해오신 신격호 총괄회장에 존경심을 표하며 이는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폭로전 집중했던 신동주, 주총과 소송에 사활
지난해 말 이후 일본롯데홀딩스 등의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은 지난 일요일까지 폭로전에 집중했다. 친인척을 중심으로 반신동빈 체제를 구축하고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듯 했지만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일본어 인터뷰를 본 국민들로부터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내수 업종이 주력인 롯데로서는 큰 타격이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남은 카드는 이제 소송과 주주총회 뿐이라고 관측한다. 신 총괄회장의 해임지시서와 동영상까지 내보내며 여론전에 기댔지만 신 회장이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맞서면서 평상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전도 그리 간단치 않다. 상법상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임원 해임은 대부분 법적으로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경영권 분쟁에서 남은 거 롯데홀딩스 주총이다. 광윤사와 우리사주의 표심이 누구를 가리키냐고 중요한 시점에서 신 전 부회장은 표면적으로 3분의 2이상이 우호세력이라며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애초 3일 출국키로 했던 신 전 부회장은 아내 조윤주씨를 일본에 보내 광윤사와 우리사주 관계자들을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광윤사 지분의 15~20% 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시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여사를 만나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확인한 만큼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재벌간의 경영권 분쟁은 대부분 법적인 소송으로 마무리 된 경우가 많다”며 “서서히 여론전을 마무리하고 내실있는 공격을 준비하는데 형제들이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