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시작과 끝에는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지배 고리인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배권 확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신격호→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한국 호텔롯데→롯데쇼핑 및 계열사’로 이어진다.
신 회장과 한국 롯데그룹이 주장하는 현 체제의 공고화를 위해서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우호 주주 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신 회장이 지난달 31일 조부인 신진수씨 제사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일본에 머무른 것 역시 일본롯데홀딩스에서의 영향력 다지기에 주력하기 위함으로 풀이되고 있다.
재계와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신 회장 지분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최소 50% 이상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호세력에는 신 회장 본인 지분 20%, 우리사주조합(지분 12%)뿐만 아니라 신격호 총괄회장과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온 일본 개인주주들도 더러 포함됐다. 여기에 광윤사 지분을 더하면 70%를 웃돈다.
신 회장이 귀국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총과 관련해 시기가 문제지 분쟁이 지속될 경우 마다하지 않겠다는 늬앙스를 풍긴 것 역시 이러한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렸다는 시각이다. 그는 “조금 기다렸다 하는 게 좋은지 좀 생각하고 이사회의 법적인 절차 통해서 결정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10%대 후반인 본인 지분과 광윤사(27.65%), 우호세력인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약 1%) 지분 등을 모두 합쳐도 지분이 50%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롯데홀딩스의 의결권은 아버지가 대표인 자산관리 회사가 33%를 지닌다. 나는 2% 미만이지만 32% 넘는 종업원 지주회를 합하면 3분의 2”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일 롯데그룹의 핵심 지주사인 광윤사와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가 베일에 싸여 있는 상황이어서 두 형제의 주총 표 대결의 결과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는 관측도 있다.
한·일 롯데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둔 경쟁과 더불어 한국과 일본 롯데의 분리 경영이나 유사 사업간 계열분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반발과 과거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던 사례들을 돌아보면 한국과 일본 롯데를 분리해 형제가 각각 나눠 갖는 방안도 나온다. 십수 년간 이어진 분리 경영 구도대로 지분 소유구조까지 완전히 나누는 안이다.
실제 최근 변화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롯데는 10년 이상 경영 승계 작업을 준비해 오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는 일본 롯데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한국 롯데를 각각 물려주는 것으로 일찍부터 정리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다만 현재의 롯데그룹 지배구조하에서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 간 고리를 끊는 것을 비롯해 신 회장이 호텔롯데의 지분을 확보하기는 간단치 않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기존처럼 ‘국적’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유사 ‘업종’으로 분류하는, 일종의 이합집산을 거쳐 새로운 방식으로 경영권을 나누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합병하고 다시 인적 분할해 2~3개로 나눈다. 롯데홀딩스 아래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유통·상사 계열, ㈜롯데 밑에 롯데호텔·롯데제과를 중심으로 한 음식료·호텔 계열, 롯데금융지주 아래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롯데카드 등이 모이는 식이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 지분을 매입하며 동생과 지분 경쟁을 벌이는 등 롯데그룹 모태인 롯데제과에 큰 애착을 보였다. 다만 한국 롯데를 키워 온 신 회장이 음식료와 호텔 사업을 형에게 넘기는 것은 사실상 자신의 공을 모두 뺏기는 셈이 돼버려 이 시나리오 역시 현실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