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비 평소 3배...피서지의 '왕짜증' 바가지요금 여전

입력 2015-08-0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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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식히려 피서지에 갔다가 없던 자릿세를 내고 평소보다 몇 배나 비싸게 주차료, 숙박비, 용품 대여료까지 뒤집어쓰는 형태가 올해에도 반복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일부 상인 및 주민들이 계도에 나서도 바가지요금을 뒤집어쓰는 것은 다반사다.

'피서 1번지'로 명성이 높은 부산의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은 여름만 되면 '바가지 주차비·숙박비' 논란이 재연되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다.

송정해수욕장 주변 공영주차장의 하루 주차료는 2만원에서 많게는 4만원에 달한다. 평소에는 무료지만 피서객이 몰리는 7월부터 두 달은 민간업자가 임대받아 유료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해운대해수욕장의 한 사설주차장은 30분당 3천원의 주차료를 받는다. 인근 공영주차장이 30분당 900원인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비싸다.

이들 주차장은 회전율을 높이려고 1일 주차요금을 게시하지도 않은 채 턱없이 비싸게 받고 있다. 하지만 사설주차장의 요금은 '자율'이라서 지자체는 법적 제재 대신 요금인하를 계도할 수밖에 없다.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의 숙박비는 비수기 때보다 2∼3배나 높은 15만∼25만원에 달한다.

제주도 해수욕장이나 유원지에서는 음식값이 많게는 1만원, 피서용품 대여료는 2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제주도 지역의 비치파라솔 대여 가격은 A해수욕장이 5천원인데 다른 곳은 3만원이다. 닭백숙은 해수욕장에 따라 3만∼4만5천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제주도내 한 음식점 주인은 "해수욕장 위치, 특성, 면적에 따라 계절 음식점을 운영하는 탓에 같은 음식이라도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먹기 싫으면 말라는 투의 답변을 내놓았다.

경남 남해군의 일부 팬션은 평소 15만∼30만원인 요금을 성수기에는 2만∼5만원 더 받고, 산청군의 지리산 계곡의 한 식당은 음식을 주문하지 않은 피서객에게 개당 5만원을 받고 평상을 빌려주고 있다.

충남 태안의 해수욕장을 다녀온 피서객은 4일 "캠핑장 화장실과 수도 등의 시설이 작년보다 더 형편없었는데 요금은 지난해보다 더 내야 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글을 태안군청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처럼 '바가지 상혼'이 해마다 반복되자 지자체와 피서지 주민과 상인이 바가지요금 근절에 나서기도 하지만 별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선 자치단체들은 '피서지 물가합동점검반'을 꾸려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소비자단체협의회 등과 물가안정 캠페인, 요금 감시, 자정운동을 펼친다.

제주지역 한 해수욕장의 마을회·부녀회·청년회는 표준 음식가격과 피서도구 대여료를 표시하고, 경북 포항의 영일해수욕장 숙박업주들도 자체적으로 바가지요금 근절을 결의하고 표준요금표를 비치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단속인력이 부족하고 바가지요금이 광범위하게 만연해 철저한 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지자체 담당공무원 수가 많지 않아 피서지 전수조사는 엄두도 못내 표본을 선정해 지도단속할 뿐이다.

또 팬션과 음식점 요금이 자율제이고 바가지요금 신고를 받아도 법적 처벌근거가 부족해 형식적인 계도에 그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자체는 바가지요금을 단속할 권한이 없고 정가 미표시 물품은 가격을 올려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며 "가격 담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남 여수시 만성리해수욕장 주민들은 파라솔, 구명조끼, 탈의실, 옷·귀중품 보관소, 주차장, 야영장을 무료로 이용하도록 배려해 피서객의 환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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