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란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해주는 대신 급여를 단계적으로 깎는 제도를 말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현안 점검회의에서 14개 부처 장·차관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ㆍ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27개 공공기관장을 불러 임금피크제 도입을 압박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각 부처 장관, 공공기관장은 강한 추진 의지를 갖고 8월 말까지 조속히 도입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임금피크제 도입은 기성세대와 청년들이 서로 윈ㆍ윈하는 고용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민간기업에까지 임금피크제 도입을 독려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서 공기업 쥐어짜기에 나서도 성과는 매우 부진하다.
지난 5월 임금피크제 권고안 발표 이후 7월 말까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 도입 완료한 공공기관은 한국남부발전ㆍ한국남동발전ㆍ한국서부발전ㆍ한국환경공단ㆍ한국전력거래소ㆍ산업기술시험원ㆍ한국감정원ㆍ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ㆍ한국투자공사ㆍ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ㆍ한국장학재단 등 11개 기관에 불과하다. 215개 기관이 도입안만 마련한 상황이어서 연내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전체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향후 2년간 8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7월 추경에서 상생고용지원금 123억원을 이미 반영했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청년을 신규 채용한 기관에 1인당 540만원씩 2년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임금 삭감분 일부를 벌충해 줌으로써 노조의 동의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이지만, 공기업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이미 낭비 요인 제거와 방만 경영 해소를 골자로 한 1단계 공공기관개혁을 통해 부채 절감을 이룬 상태에서 직원들 피로도 가중돼 있어 노조를 설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316곳의 절반 이상(56%)은 이미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보장돼 있어 정년 연장 효과도 없이 임금만 줄이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밀어붙이는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조봉환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정공법은 경제를 활성화해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지만, 당장 정년연장이 의무화되면서 청년 채용이 더 줄어들 것을 사전에 차단해 최소한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자 (임금피크제) 도입하는 것”이라며 “선도기관을 선정해 8월 말까지 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민주노총은 “이미 대다수 공공기관은 정년이 60세라서 추가로 연장되지 않으며 일방적으로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얘기”라며 “공공서비스 확대,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