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에겐 두 명의 아들이 있다. 그동안 야나이 회장은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5년 전 야나이 회장이 이코노미스트와 한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아들들이 회사의 대표를 맡게 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능력이 있는 것은 안다. 그러나 경영을 하게끔 하고 싶지 않다. 단, 두 아들이 회사의 지분 10%를 가진 만큼, 이사회 일원으로서만 활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야나이 회장은 경영승계를 꺼리는 이유로 “모든 산업에서 가족승계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만약 아주 쉽게 아들이 회사 대표가 된다면 그동안 열심히 일해온 직원들은 박탈감이 클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들어 야나이 회장의 이 같은 경영 방침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야나이 회장은 지난 2002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겐이치 다마쓰카(현 로손그룹 CEO)에게 회사를 맡겨 외부 경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기업 실적 둔화로 3년 만에 다시 회사에 복귀하면서 외부인 고용을 한 번 실패한 적이 있다. 당시 야나이 회장은 겐이치 전 CEO가 “성장이 아닌 안정적인 경영을 구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벌써 올해 66세인 야나이 회장이 아직 후계자를 찾지 못한 만큼 자식승계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 얘기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장남 야나이 가즈우미는 2011년 링크띠어리홀딩스의 회장 겸 사장으로 취임한 그 다음해에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집행임원이 됐다. 차남인 야나이 고지는 2011년 9월 패스트리테일링에 입사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부에 배치됐다.
링크띠어리는 의류 브랜드 ‘띠어리(Theory)’ 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패스트리테일링의 굵직한 자회사 중 한 곳이다. 골드만삭스에서 경제 감각을 익힌 장남 가즈우미가 경영일선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이라는 얘기가 업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야나이 회장은 작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들의 장래 처우에 대한 질문에 “각각 회장과 부회장 같은 일을 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와 반대로 유니클로가 지금보다 더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야나이 회장과 같은 혁신적인 경영 마인드를 갖춘 CEO가 필요한 만큼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