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진흙탕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롯데그룹주를 적극적으로 편입한 국민연금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동주·동빈 형제 사이의 '왕자의 난'이 표면화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6일 사이 국민연금은 롯데그룹주의 동반 하락세에 약 770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국민연금의 최근 보고일 기준으로 5% 이상 지분을 보유 중인 롯데그룹 계열사는 롯데케미칼(7.38%), 롯데칠성(13.08%), 롯데하이마트(12.46%), 롯데푸드(13.49%) 등 총 4곳이다.
해당 기간 국민연금은 롯데케미칼에서 329억원, 롯데칠성에서 263억6800만원, 롯데하이마트에서 99억9800만원, 롯데푸드에서 77억5900만원의 평가손실을 봤다.
국민연금이 최근 보유 중인 롯데그룹주에 대한 편입 비중을 높인 상황이라 손실 규모가 더 커졌다.
국민연금은 2분기 들어 롯데칠성(10.82%→13.08%), 롯데하이마트(10.75%→12.46%), 롯데케미칼(6.36%→7.38%), 롯데푸드(13.20%→13.49%) 등에 대한 지분율을 늘렸다.
미국 금리인상 등을 앞두고 대형 수출주가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식음료주나 유통 등 내수 기반의 사업이 중심인 롯데그룹주가 국민연금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상반기 수출주 대비 내수주가 크게 오르며 롯데그룹주의 주가 흐름도 그간 양호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 이슈가 터지며 롯데 계열사 주가는 줄줄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국민연금 수익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전근대적인 경영 실태가 이번 경영권 분쟁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된데다가 '국적 논란'까지 더해지며 롯데그룹 주가는 당분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전날에도 롯데제과(-6.36%), 롯데손해보험(-3.43%)과 롯데쇼핑(-3.06%), 롯데케미칼(-0.41%), 현대정보기술(-5.13%) 롯데하이마트(-4.88%) 등 계열사 주가가 줄줄이 내렸다.
이에 계열사 8곳의 시가총액은 지난 27일 24조4560억원에서 전날 23조4600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줄었다.
새누리당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전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신씨 일가가 아니라 국민연금"이라며 "국민연금이 롯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사태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등 주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