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대법관, "검사가 검사실 압수수색" …'디지털 증거수집' 檢과 신경전

입력 2015-08-1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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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검사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김소영(50) 대법관은 지난 5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2) 미국 연방대법관과의 대담하던 중 이같이 말했다. 김 대법관의 발언은 최근 대법원이 디지털 증거 수집 절차를 엄격히 하자 검찰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대법원은 최근 디지털 전자정보의 압수수색 방법과 절차를 엄격히 제한한 결정을 내놓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6일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할 때는 영장 발부된 혐의 관련 부분만을 수집할 수 있고, 다른 부분은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압수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 절차를 어겼다면 압수된 증거물 전체를 재판에서 사용할 수 없다. 김 대법관은 이 결정의 주심이었다.

김 대법관은 이날 "대법원에서 소수의견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던 중 "언론에 짧게 보도됐기 때문에 잠시 설명드리겠다"며 사안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김 대법관에 따르면 한 제약회사는 2011년 기업합병과 관련한 주식가치 평가를 이용한 배임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압수수색에 나선 A검사는 동의를 받아 제약회사 PC 등 디지털 저장매체를 압수한 뒤 내용을 선별하지 않고 그대로 복제했다. 이후 A검사는 대검찰청에서 관리하던 저장매체 사본에 들어있는 전자파일 전체를 임의로 복사한 뒤 사무실로 옮겨 자료를 검색했다.

이과정에서 "첫 사본을 만드는 과정까지는 제약회사 직원을 참여시켰는데, 정보 탐색 과정에서는 통지도 안하고 참석도 시키지 않았다"는 게 김 대법관의 설명이다.

A검사는 제약회사의 배임 관련 혐의를 찾지 못했지만, 복제한 디지털 저장매체에서 리베이트 혐의 관련 증거를 찾아내 B검사가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대법관은 "B검사가 리베이트 수사를 위해 영장을 청구했는데, 압수하겠다는 전자정보는 A검사가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던 그 하드디스크였고, 피압수 대상도 검사실이었다"며 "영장이 발부됐지만 원래 전자정보 주인인 제약회사는 아무런 사실도 몰랐다"고 지적했다.

김 대법관은 "A검사가 리베이트 정보를 탐색해서 자료를 복제한 부분과 B검사가 A검사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제약회사에 통지를 하지 않은 부분, 이것이 적법한 지가 사건의 쟁점이었다"며 "처음에 영장을 받은 배임혐의 관련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그 의견의 상당부분을 (다수의견에)반영해 준 결과 해당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김 대법관이 대담회를 통해 필요 이상으로 자세히 사안을 설명한 것은 이 결정에 대해 검찰에서 반발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김진태(63) 검찰총장은 김 대법관의 발언이 있기 하루 전날 대법원 결정에 대해 언급하며 "기존 이론 등에 따른 법리와 수사 현실과의 괴리를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연구하고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김 대법관의 발언을 접한 한 현직 부장검사는 "검사가 영장에 없는 혐의라는 이유로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라며 "영장에 기재된 곳이 검사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고, 검사실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시간이 며칠이 걸릴 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이 과정에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무조건 보장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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