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사과] 호텔롯데 상장카드 꺼내들까… 역외 지배구조 희석 효과

입력 2015-08-11 09:33 수정 2015-08-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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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과문 발표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의 한 방편으로 호텔롯데의 상장 카드를 꺼내들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신 회장은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는 물론 역외 지배구조를 희석시켜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사회 장악, 조건은 갖췄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과거에도 내부에서 호텔롯데의 상장을 검토했으나 신격호 총괄회장의 최종 승인인 나지 않아 불발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형제간 경영권 다툼에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대한 여론이 커지면서 호텔롯데의 상장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호텔롯데의 주요 주주인 L투자회사의 이사회를 장악함으로써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한 여건도 갖췄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7일 재계에는 신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 핵심으로 지목된 12개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로 등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신 회장은 L제1·2·3·7·8·9·10·11·12투자회사 등 9곳에서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과 함께 2인 대표이사로 올랐다. 제4·5·6투자회사 등 3곳은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신동빈 회장이 혼자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아울러 ‘친(親)신동빈’ 인사들을 일본롯데 계열사의 대표이사에 대거 취임시켰다.

신 회장의 이사회 장악은 한국 롯데그룹에서도 이뤄졌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정보통신, 캐논코리아비스니스솔루션, 부산롯데호텔, 에프알엘코리아 등 한국 롯데그룹 80개 계열사 중 8개사에 등기이사로 기재돼 있다. 특히 올해 2월 호텔롯데 등기이사로 오를 당시 측근들을 잇달아 등기이사로 등재시켜 이사회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호텔롯데 상장 득과 실은?= 신 회장이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역외 지배구조의 희석이다. 한 마디로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을 최소화시켜 한국 롯데그룹을 독자 지배할 수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과 롯데알미늄, 롯데리아, 롯데제과 등 한국 롯데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주주로 사실상 한국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최근 신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기된 12개 L투자회사(72.65%)이고, 여기에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19.07%)까지 더하면 사실상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호텔롯데 지분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어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호텔롯데가 IPO(기업공개)를 하려면 주주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 먼저 3자배정 유상증자에 신 회장이나 우호지분이 참여해 지분을 높여 놓은 상황에서 IPO 시 L투자회사가 자기 지분을 내놓고(구주 매출) 신주를 발행하면 일본 롯데그룹 계열 지분율이 낮아져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그룹으로부터 어느 정도 분리·독립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L투자회사는 설립 목적에 맞게 구주 매출을 통해 호텔롯데 지분을 시장 평가를 받아 처분함으로써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신 회장은 일본 측 이사회에서 자유롭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한다는 여론에 부합해 시장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L투자회사와 모기업인 일본 롯데홀딩스, 롯데전략적투자를 신 총괄회장 및 동빈·동주 형제 일가가 지배하는 만큼 IPO로 회수되는 투자금을 신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지배권을 높이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상당한 금액이 일본(L투자회사)으로 넘어가는 것은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이냐, 한국 기업이냐’ 국적 논란을 빚는 상황에서 부담 요인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는 만큼 IPO 시 프리미엄이 붙을 것은 자명하며, L투자회사가 구주 매출로 회수할 금액이 상당할 것이란 예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IPO에 따른 자금 이동은 국부 유출 논란을 빚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신 회장은 역외 지배구조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며 “다만 호텔롯데의 IPO는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와 롯데전략적투자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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