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 경기부양 승부수…위안화 가치, 사상 최대폭 절하

입력 2015-08-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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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환율 보면 위안화 가치 너무 높아, 일회성 조치”…SDR 편입 위해 기준환율 설정 기준도 바꾸기로

▲인민은행 달러ㆍ위안 기준환율 추이. 11일 6.2298위안.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중국 인민은행이 경기부양에 승부를 걸었다.

인민은행은 11일(현지시간)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일 대비 1.9% 오른 6.2298위안으로 고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일일 기준 사상 최대폭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린 것이다.

이에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전일 대비 2% 가까이 하락한 6.32위안 선에서 움직였다.

중국은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본토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기준환율의 2%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무역지표 부진 등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자 인민은행이 전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현지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이날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발행을 통해 500억 위안(약 9조3600억원)의 유동성도 공급한다.

인민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실효환율을 보면 위안화 가치는 다른 통화에 비해 너무 높다”며 “이번은 일회성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역지표 부진에 따른 중국 경기하강 우려와 위안화 강세에서 비롯된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를 막으려는 목적에서 이번 조치를 단행했다”며 “우리는 위안화 가치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환율 결정에서 시장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3% 급감해 4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12.3% 급감하고 대미국 수출도 1.3% 줄어들었다.

션 캘로우 웨스트팩 선임 외환 투자전략가는 “해외 수출수요의 부진에도 중국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는 등 인내심을 보였지만 지난달 무역지표 악화로 한계에 이르렀다”며 “상당 기간 달러ㆍ위안 환율이 안정된 모습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환영할만 하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전격적인 조치는 한국 원화를 포함해 싱가포르와 뉴질랜드, 호주 통화 가치가 모두 미국 달러화 대비 떨어지는 등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캘로우 투자전략가는 “이날 인민은행 조치 이전에 우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위안화 가치가 그렇게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며 “이제 그런 전망은 바뀌었다”고 밝혔다.

한편 인민은행의 이날 조치가 환율조작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문에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는 견해를 비쳤다. 마크 졸리 CCB인터내셔널증권 투자전략가는 “중국 정부는 그동안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이는 환율 조작이라기보다는 실제 시장 움직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민은행은 성명에서 기준환율 설정 기준도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시장 움직임과 상관없이 인민은행이 전적으로 기준환율을 결정했으나 이제는 전날 마감가와 시장 조성자들의 주문가격을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 편입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위안화 환율의 인위적인 조성을 어느 정도 수정하기로 한 것이다. 성명은 “위안화 기준환율과 시장 환율의 괴리가 커지고 있어 기준환율의 권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수정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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