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11시 대(對)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을 선언했다. 후게를 놓고 형제간 경영권 갈등이 부자(父子)간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반(反)롯데 불매운동' 등 국민적 반감(反感)이 고조되고 그룹 이미지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사태 수습을 위한 약속을 한 것이다.
신 회장이 추락하는 롯데그룹을 일으키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롯데호텔의 일본계열 회사 지분 비율 축소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올해 연말까지 해소해 투명성 제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출범 및 기업문화개선위원회 설치 등 3가지다.
우선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를 연내에 80% 이상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신 회장은 "롯데호텔에 대해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하겠다"면서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도록 기업 공개를 추진하고 종합적으로 개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416개 달하는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와 관련해서도 "남아 있는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연말까지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주회사 전환에 금융 계열사 처리 같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대략 7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그룹 순수익의 2∼3년치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어 그룹 내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는 한편 기업 문화 개선위원회도 설치하는 등 구체적인 후속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이 같은 카드가 롯데그룹이 처한 위기상황을 해결해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란 시각이 짙다.
한국 롯데의 지주사인 호텔롯데에 대한 상장을 핵심으로 내걸었지만 일본 지분율이 워낙 높아 상장만으로 단기간내 낮추기 어렵다. 또 일본 롯데가 한국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전에는 '일본 기업' 논란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기업 논란과 더불어 반 롯데 정세는 심각한 상황으로 롯데 전 계열사를 향한 불매 운동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날 유창하지는 않지만 한국어로 대국민 사과 간담회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오는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의 신동주ㆍ동빈 형제간 대결이 남아 있다. 이 문제가 일단락되더라도 형제간 또는 부자간 법적 소송이 지루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롯데그룹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전방위 압박도 심상치 않다. 정부는 국세청·관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사실상 모든 채널을 동원해 롯데그룹의 비밀스럽고 수상한 지배구조와 거래 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정치권도 재벌 개혁을 위한 입법을 준비하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