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 어디로]③ 中 게임의 국내시장 잠식…‘게임 한류’의 심장, 중국산 게임에 내줄 판

입력 2015-08-1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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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자이언트 등 지분참여 투자 넘어 자체게임 역수출…국내 업체도 中 게임 모셔오기 혈안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급팽창하고 있다. 지분 참여 방식으로 이뤄지던 투자를 넘어,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게임을 한국에 역수출하며 ‘게임 종주국’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12일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시장에 투자된 중국 자본은 2015년 1월 기준으로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를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자금까지 합하면 1조50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 기업은 텐센트다. 텐센트의 국내 시장 투자는 2012년 카카오로부터 시작됐다. 수익 모델이 없다며 모두가 투자를 꺼려할 때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하며 현재 다음카카오의 지분 9.35%를 보유한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해 3월에는 넷마블게임즈에 무려 53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5%를 가져갔다. 텐센트는 이 외에도 라인과 손잡고 네시삼십삼분에 1300억원을 투자하는가 하면, 카오본 아이드와 파티게임즈에도 각각 100억원과 20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 거대 게임사인 자이언트는 투자를 위해 국내 게임사들과 동시다발적으로 물밑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게임사가 자체 개발한 게임도 국내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 한국 게임 따라 하기에 급급했던 중국 게임업체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그래픽을 겸비한 게임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 업체들도 중국산 게임 모셔오기에 혈안이다. 텐센트가 내놓은 모바일 게임 ‘전민(全民)돌격’이 대표적이다. 이 게임을 국내에 유통시키기 위해 국내 거대 게임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 게임은 이미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국내 구글플레이 무료 인기 게임순위 10위 안에는 중국 게임이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다. 넷마블은 텐센트의 게임인 ‘천천현투’의 판권을 획득해 ‘시티앤파이터’라고 이름을 바꿔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넷마블은 또 중국 모바일게임 개발사 타오미가 출시한 ‘리버스월드’도 전격 수입했다.

넥슨은 지난해 중국 인기 모바일게임 ‘삼검호’를 수입했고, 최근에는 중국 1위 모바일게임 ‘탑오브뱅커’를 국내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 게임사 웹젠의 ‘뮤 오리진’은 중국 업체 킹넷의 ‘전민기적’이 원작이다. 또 넥슨의 ‘탑오브탱커’와 ‘천룡팔부3D’ 역시 중국 게임의 한국판이다.

중국 게임산업의 이 같은 강세는 정부가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은 최근 15년 만에 비디오게임에 대한 규제를 전면 철폐했다. 자국 온라인게임에 대한 규제도 완화했다. 중국은 게임사업자에게 1000만 위안(약 18억원)에 달하는 최소 자본금을 요구했지만 자국 업체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한국은 게임산업을 여전히 규제산업으로 보고 있어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게임을 일종의 마약이나 도박처럼 중독으로 보는 사회적인 시각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산업 규모가 10조원에 달하고 있지만 여전히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투자를 위축하고 있다”며 “국내 게임은 ‘게임 한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경쟁력이 있는 만큼 적극적인 진흥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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