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이 아기를 낳았단다. 출산 예정일이 아직 3주가량 남았는데 기분이 묘하다. 네 살 터울인 동생과는 어렸을 때부터 참 사이가 좋았다. 고향이 서울이 아닌지라 동생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고부터 10년 가까이 둘이 함께 살았다. 부지런하고 착하며 예쁜 동생이다.
동생은 나보다 먼저 결혼하면서 혼자 살게 될 오빠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 동생이 아기를 낳아 엄마가 되었다니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 당장 보고 싶었다.
다음날 평소처럼 일찍 출근해 빈 사무실에서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쯤 전화벨이 울린다. 아버지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아버지 목소리가 슬픔이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단다. 병상에 누워 계셨었고 지난 주말 병문안을 갈 계획이었다가 한 주 미룬 주말이 내일인데….
어렸을 적 나는 할머니 댁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방학이면 시골 할머니 댁에 가서 며칠씩 할머니와 함께 지내곤 했다. 할머니와 함께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했다.
제를 지내고, 조문을 받으면서는 그렇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출상을 하면서 할머니 영정사진을 들었다. 그때서야 눈물이 흘렀다. 할머니와의 잔잔한 추억들이 마음을 흔들었다. 그렇게 할머니를 보내 드렸다.
한 생명이 탄생하고, 또 한 생명이 갔다. 한 생명은 미래를 그리게 되고, 한 생명은 추억을 그리고 있다. 새삼 우리네 인생이 그러함을 깨닫게 된다.
할머니의 역사가 아버지의 역사가 되었고, 아버지의 역사가 나의 역사를 만들었으며 이제 그 역사가 나의 조카의 역사로 이어지려 하고 있다.
그렇기에 하루하루를 감사하고, 사랑하면서 살아도 모자란 시간인가 보다.
엊그제 동생과 조카를 보고 왔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조카를 보면서 할머니를 그리워했다. 그렇게 두 생명을 내 마음속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