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구조의 낡은 구도를 답습하는데다 저출산 고령화에 저물가, 저성장이 고착되면서 이 같은 추세가 굳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경제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와 관련 우리 경제는 최근까지 고도성장을 거듭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953년 477억원에서 2014년 1485조원으로 3만1000배 이상 증가하면서 세계 13위로 올라섰다.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같은 기간 67달러에서 2만8180달러로 420배가량 늘었다. 1964년 1억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은 지난해 5727억 달러로 세계 6위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성장동력은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44개국 중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26위로 1년 전보다 1계단, 지난 2012년 대비해서는 7계단이나 하락했다. 특히 평가 항목 중 한 나라의 시스템 전반을 평가하는 ‘제도’ 부문이 전체 82위로 전년 대비 8계단 하락했다.
이 같은 경제 시스템의 불협화음은 특히 올해 들어 불황형 경제기조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는 이미 8개월째 0%대 상승률을 기록해 저물가 기조가 고착됐다. 경제성장률마저 5분기째 0%대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기준금리는 이미 1.50% 대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내수, 설비투자, 수출 등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저출산·고령화로 한국사회가 급속하게 늙어가면서 경제활력 또한 급락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지난 2000년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7% 이상)에 진입했으며 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에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노동·공공·교육·금융 분야의 4대구조 개혁은 지지부진한 양상이다. 특히 노동분야는 정부와 노조, 사측의 갈등이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급증하는 청년실업은 사회문제로까지 전이되고 있다.
광복 70년간 고착된 여야간의 경쟁구도 또한 도식화돼 경제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활성화 법안의 장기계류와 법인세, 추경 등 국회가 도와야 할 주요 경제 현안마다 불필요한 정쟁 소요 탓에 이미 정치권의 효율성은 심각히 떨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광복 70년을 기점으로 정치와 경제 구조가 새롭게 일신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청년, 여성, 고령층 등 고용 취약계층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안전망 보완,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금지 등을 통해 소득 격차를 지속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또한 “지금은 경직된 노동시장 등 고도성장기에 맞춰진 사회·경제시스템을 유연하게 바꾸는 작업을 진행할 때”라며 “동시에 해외에서 부가가치를 찾아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새로운 위기가 찾아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반목 일변도의 정치구도에 대해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양진영의 바람직한 상생을 위해선 상식의 영역을 키우고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를 길러야 한다”며 “이와 함께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정치체제를 완화하고 중앙정부에 지나치게 쏠린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