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저성장 우려와 대외 돌발 변수로 위축되는 경제심리를 적극 다독였다.
이 총재는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8월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연 1.5%로 동결한 후 기자간담회를 개최, “2%대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앞으로의 경기 전망을 크게 어둡게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전달에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2.8%에 대해서도 “지난 한달간 경제 지표를 모니터링한 결과 우리 경제가 7월 전망 경로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가 올해뿐 아니라 구조적 저성장으로 잠재성장률까지 낮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것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이 총재는 “경제규모가 커지고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잠재성장률 추세가 낮아지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여전히 3%대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위안화 절하 국내 영향 복합적…더 지켜봐야” = 최근 불거지고 있는 중국 위안화 절하 조치의 파장에 대해서는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복합적이어서 현 상황에서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절하에 대해 “중국의 조치는 시장환율과 기준환율과의 괴리 확대를 시정해서 환율을 시장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경제적 영향력이 큰 중국이 환율 산정 방식을 바꾸다 보니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통화 가치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이 과정에서 한국은 수출 경쟁력이나 자본유출 측면에서 영향을 받겠지만 그 영향이 상당히 복잡하다”며 “자본 흐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앞으로 환율 움직임을 봐야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위안화 절하 조치와 관련, 현 상황에서 한은이 즉각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위안화 평가 절하 이후 나타난 급격한 원화 약세와 관련해 “환율은 기본적으로 외환 수급과 그 나라의 기초경제 여건을 반영해 결정된다고 본다”며 “환율 변동폭이나 속도가 과도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유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美 정책금리 인상 시 최대 걱정거리는 ‘자본유출’ =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총재는 신흥국에서 갑작스러운 자본유출이 일어날 것을 가장 경계했다.
이 총재는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리면 우려되는 것은 국제자금의 흐름이다”며 “국제금리가 오르고 달러가 강세를 띠면 신흥국에서 자금이 선진국으로 움직일 것이고, 국내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유출 가능성이 가장 우려된다” 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미국 금리인상이 완만할 것으로 전망되고 국내 여건이 좋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 될 것”이라면서도 “중국 경기불안과 함께 겹쳐 신흥국 금융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용안정, 한은 책무에 추가하는 데 ‘부정적’=이 총재는 ‘고용안정’을 한은 책무에 추가하는 데 대해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은 지난 11일 한은이 신규 고용 창출과 고용안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한은의 기존 목표인 물가안정, 금융안정에 더해 고용안정을 추가할 경우에는 여러 가지 목표 간의 상충 문제, 그다음에 현재 한은이 보유하고 있는 정책수단이 상당히 제한돼 있다는 점 등의 한계가 있다”며 “이 문제는 앞으로 세밀한 검토와 폭넓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