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은행연합회가 여전히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설 기관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합회 측이 기관 설립에 동의하지 않으면 설립 자체가 표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금융위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설될 종합신용정보기관은 5부1실17팀의 조직에 112명의 인력으로 꾸려지게 된다. 이 중 은행연합회가 80명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생ㆍ손보협회에서 25명, 신규업무 관련 추가 인력 7명 등으로 구성된다.
연합회 측은 해당 기관 설립 자체가 난센스라며 통합 설립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당초 설립 계획과는 달리, 해당 기관이 법적으로 연합회 산하기관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적 산하기관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거나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때 가능하지만, 연합회는 관련 법적 근거 조문을 갖고 있지 않아 산하기관 설립이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다.
인력 이동도 골칫거리 중 하나다. 신설되는 기관 인력의 70% 이상은 연합회 직원으로, 기존에 연합회에서 신용정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인력이 고스란히 넘어가는 구조다.
문제는 인력 이동 과정이다. 연합회 직원이 신설 기관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연합회에서 퇴사한 후 새로 입사하는 방식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연합회 관계자는 “모기관을 두고 산하기관으로 옮길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면서 “인력 이동 대책도 세워놓지 않고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명백한 노동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인력이 모두 이동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연합회 전체 직원 170여명 중 80명이 이동하면 연합회 직원은 반토막 수준으로 줄게 된다. 고유 업무에도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합회 관계자는 “80명에는 TDB 및 전산인력까지 포함돼 있다”며 “핵심 인력을 전부 이동시키면 연합회의 역할과 기능이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관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합회 직원들이 인력 이동을 반대하면 기관 설립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위 입장에서도 직원들을 강제할 뾰족한 수는 없다. 이에 통합추진위원회도 인력 및 조직 구성에 대해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기관 설립안이 이미 의결된 만큼 설립 중단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이렇게 강행하면 조직이 신설되도 업무처리방식에서 문제가 생기고 불협화음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번 주에 기관 설립과 관련한 우리 측 대응과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