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김현철 ‘저성장 시대, 기적의 생존전략 /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입력 2015-08-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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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속 생존책, 일본에서 답 찾다

저성장 상황이 고착하고 있다. 예외적 상황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사업가라면 저성장 시대에 어떻게 생존과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디 사업가들만의 고민이라 할 수 있겠는가. 생활인도 마찬가지다.

성장시대를 살아온 한국인에게 판매가격이 고점보다 5분 1 수준으로 떨어지고 영업이익이 지금의 10분 1로 떨어지는 상태는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하더라도 감을 잡을 수 없다.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지난 20년 동안 일본 기업은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생존책을 모색해 왔다. 일본 전문가인 김현철 서울대 교수의 ‘저성장 시대, 기적의 생존전략 /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다산북스)는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에게 경각심과 아울러 대비책을 가르쳐 줄 것이다.

우선 잘 쓴 책이고, 유용한 책이다. 일본을 통해 우리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한일 경제 흥망사 △저성장 시대의 생존전략 상·하로 구성된 이 책은 저성장 시대에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고도 성장기를 경험해 온 일본 경영자들은 위기가 덮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 즉 더 이상 성장의 시대가 올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다시 말하면 저성장 시대를 있는 그대로 기꺼이 받아들이기가 몹시 어려웠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행동도 바뀔 수가 없다. 고성장 시대에 적합한 관성이 의식과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가 일본 경영자들에게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저성장기에 경영자들의 발상을 바꾸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이 요인은 기업을 변혁하는 데 큰 장애 요인이 되었다. 오죽하면 경영자 사이에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는 금언까지 생겨났을까. 이것은 그들이 어린 시절에 배웠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금언을 거꾸로 한 것이다. 성공에 취해 실패를 거듭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

저성장기를 살아가는 지혜의 출발점은 저성장기는 고성장기와 완전히 다른 시대이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 기업들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준 장인정신, 품질경영, 생산 중심의 사고, 계열화 등과 같은 것들이 저성장 시대에 그들을 어떻게 가로막았는지를 낱낱이 소개하고 있다. 한때 미덕으로 칭송받던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신중한 문화는 어느 사이엔가 ‘돌다리도 두드린 후 건너지 않는’ 형태로 변형돼 있었다. 일본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는 우리가 어떤 것을 금과옥조처럼 신성하게 여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말해 준다.

일본 사례를 읽으면서 계속해서 우리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강점 가운데 하나다. 기업이건 나라건 개인이건 성공은 그때의 좋은 성과일 뿐이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시점은 또 다른 접근방법을 요구한다. 그런데 크게 성공해 본 기업이나 사람은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일본에는 상대를 과하게 칭찬함으로써 몰락시켜 버린다는 ‘호메 고로시’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상대방을 몰락시키려면 계속해서 칭찬하면 된다.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메시지다.

저성장 시대는 ‘우아한 경쟁’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때 칭송받았던 절차탁마형 경쟁은 사라지고 이전투구형 경쟁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고도 성장기에는 일본 기업 특수론이나 동반성장, 상생협력 같은 용어들이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지만 저성장를 거치면서 이런 이야기가 싹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저성장 시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고성장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을 어떻게 가야 할지를 말해 줄 것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저성장 시대를 돌파한 9가지 생존전략은 풍성한 사례와 함께하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실용적인 길잡이를 제공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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