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둘러싼 대외변수들] ‘송곳니’ 빠진 호랑이도 조심…하반기 증시서 OPEC 주목

입력 2015-08-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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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향 평준화로 영향력 시험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다시 떨어지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영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이전만큼 원유 감ㆍ증산 방망이를 휘두르진 못하지만 OPEC의 정책방향은 여전히 국제 증시를 움직이는 열쇠 중 하나라는 것이 증권가 중론이다.

12개 주요 원유생산국으로 구성된 OPEC는 과거 생산량을 줄이거나 늘리면서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큰 손’ 역할을 해왔다. 글로벌 경제는 OPEC의 감ㆍ증산 결정에 따라 크게 출렁였다.

그러나 최근 OPEC의 명성은 예전 같지 않다. 미국을 비롯해 OPEC의 회원국이 아닌 산유국이 점차 늘어나고 이들의 석유 생산량과 대체에너지도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979년 OPEC의 산유량은 전 세계 산유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원유 공급량이 넘쳐 유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OPEC는 감산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동결’하는 데 그치고 있다. 생산량을 줄여도 가격 부양 효과는 미미한 데 반해 다른 산유국의 생산이 늘어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감산’이라는 과거의 강력한 무기를 잃고 송곳니 빠진 호랑이가 된 셈이다.

올 2분기 들어 안정화 기조를 보였던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지난달 14일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다시 내리막길을 걸으며 40달러 대를 아슬아슬하게 지키는 상황이다. 그러나 압둘라 엘 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같은 달 30일(현지시간) “OPEC가 감산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유가 하향 평준화를 받아들이고 OPEC의 비중을 지키는데 더 힘을 쏟겠다는 의사 표시다.

이에 한 발 물러선 OPEC의 태도가 오히려 송곳니 대신 발톱을 가는 시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를 통해 OPEC 비회원국들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이 내년부터 20만배럴씩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일부 석유업체들이 단기적인 증산으로 이득을 볼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예산 삭감 등으로 인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석유 생산 활동은 지난해 10월 이후 감소세를 나타내 지난 7월말 현재 가동 중인 시추관 수가 59% 줄어든 상태다.

전통적으로 유가 하락기에는 국내 정유ㆍ화학, 조선 업종 등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최근의 하향 평준화가 장기적으로는 국내 경기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국제유가 하락은 불황타개에 호재”라며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도 유가 하락은 비용절감과 소비여력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1970년대부터 1980년대의 석유파동도 이로 인한 경기침체를 겪은 후 경제가 회복 기반을 다지는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허 연구원은 “미국 경기 호황도 셰일가스라는 에너지 혁명에서 기인한 바가 적지 않다”며 “글로벌 경기가 수요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상황을 감안할 때 유가의 하락 안정화는 원유수입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수요 부족분을 보완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심스레 하반기 유가 상승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란 제재 해제와 중국 원유 비축량 증가, 미국 정제가동률 호조 등에 따른 원유량 급증을 감안해 하반기 OPEC의 감산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유가 상승에 따라 마진이 개선되고 제품 가격 하락이 기대되는 정유·화학 업종 매수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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