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반복되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

입력 2015-08-1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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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요새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만 터지면 따라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컨트롤 타워의 부재’라는 소리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도 컨트롤 타워의 부재라는 비판이 드높았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역시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이번 북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에도 어김없이 ‘컨트롤 타워 부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이번 사건에서 이런 문제 제기의 발단은 북한의 도발이 지난 4일에 있었음에도 5일 통일부가 북한에 고위급 회담을 위한 접촉을 제의했다는 점을 정치권에서 지적하면서부터다. 사건의 일지(日誌)만 놓고 보면 통일부는 북한의 도발이 있었음에도 북한에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꼴이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언급 없이 북한의 표준시 변경에 대해서만 비판했는데, 왜 그런 발언이 나오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컨트롤 타워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통일부는 아마도 북한의 도발이 있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북한에 접촉 제의를 했을 확률이 높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부 부처 간의 소통뿐만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대책을 논의해야 할 컨트롤 타워는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지금 정부는 8일에서야 북한 소행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려 그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역시 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정부가 인정하는 꼴이라는 생각이다. 컨트롤 타워라는 것은 일단 의혹이 생기면 곧바로 그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4일 사건이 터지고 5일에 북한 소행이라는 생각이 들면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북한 소행일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각각의 상황에 대비한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더해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에게 유선과 무선으로 보고했다고 하는데, 이것도 문제다. 국가 안보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해당 부처의 장관이나 주무부서의 장이 직접 대면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다. 대면 보고와 유선 혹은 무선 보고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보고방식’의 문제지만, 이번 사건과 같은 북한의 도발은 대면보고를 했어야 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이런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우선 정부 각 부처 간의 소통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컨트롤 타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부처 간에 소통이라도 제대로 돼야 할 텐데, 이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니 이를 방치하면 국가 위기사태 때 정부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발생하자마자 청와대 차원에서 나서야지, 국방부나 합참이 나서서 대책을 말할 사안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먼저 청와대가 나서서 북한에 대한 엄중 경고를 한 이후에 국방부가 세부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순서임에도, 이번 사안 역시 해당 부처가 먼저 나서고 그 다음에 청와대가 나섰다는 점도 문제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정부와 청와대의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바로 얼마 전 메르스 사태 때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청와대는 보이지 않고 보건복지부만 우왕좌왕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청와대가 나섰다. 결국 지금 정부는 일이 터지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한 번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 치는 뒷북이란, 정부 부처를 새로 만드는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 때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질타가 쏟아지자 국민안전처를 만들었는데, 이 기구는 지난번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가 터져도 별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는 문제가 발생하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지, 비판이 많아지면 기구 하나 만드는 식의 처방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큰 사건이 터지면 누구나 당황하고 실수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현 정권은 이런 실수를 너무나도 자주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실수가 잦으면 버릇이 된다. 버릇이 되기 전에 실수를 실수로 그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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