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선의 나비효과] 여배우 기근?! 이제는 옛말

입력 2015-08-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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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도연-손예진-심은경-전지현-박신혜-임지연-김고은-천우희-박보영-한효주-엄정화-수지(출처=영화 스틸컷)

“욕심낼 만한 캐릭터였다. 여배우의 활약이 두드러진 작품이 거의 없다. ‘암살’은 굵직한 영화인 동시에 여자 주인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다.”

배우 전지현은 영화 ‘암살’ 개봉 직전 가진 인터뷰에서 ‘여주인공’이 전면에 나선 상황에 의미를 뒀다. ‘도둑들’ 최동훈 감독의 차기작이자 순 제작비 18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었고, 이정재ㆍ하정우ㆍ오달수 등 충무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암살’이었지만 전지현의 시선은 ‘여배우’에 쏠려 있었다.

‘여배우 기근’은 충무로에선 기정사실로 된 현상이었다. 여배우 주연의 작품이 거의 없고, 시나리오가 있다고 해도 캐릭터를 소화할 배우가 부족한 상황을 말한다. 특히 20대 여배우의 공급은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당장 올해 흥행작(300만 관객 이상, 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을 놓고 보면 ‘국제시장’ ‘베테랑’ ‘연평해전’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스물’ 등 전지현의 ‘암살’을 제외하고 여배우가 전면에 나서 흥행한 작품이 하나도 없다. 흥행 잣대인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예 여배우를 중심으로 한 시나리오를 제작하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하고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여배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시나리오가 극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여배우들이 이미지 손상에 예민해 다양한 캐릭터의 소화가 어렵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그런데 조금만 더 눈을 돌려보면 우리 영화계에 여배우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지난해 866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배우 손예진의 첫 액션 연기 도전으로 주목받았다. 865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은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치며 흥행을 견인했다.

속내를 더 들여다보면 여배우 기근 현상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무뢰한’ ‘협녀, 칼의 기억’으로 영향력을 입증한 배우 전도연, ‘미쓰 와이프’를 통해 진폭 큰 연기를 보여준 배우 엄정화, ‘뷰티 인사이드’로 멜로 아이콘을 입증한 배우 한효주, ‘한공주’ 이후 ‘손님’ ‘뷰티 인사이드’로 임팩트를 남긴 배우 천우희, ‘인간중독’에 이어 ‘간신’에서 열연한 배우 임지연이 건재하다.

또 ‘은교’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배우 김고은, ‘장수상회’ ‘역린’의 배우 한지민, ‘늑대소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배우 박보영, ‘7번방의 선물’ ‘상의원’으로 족적을 남긴 배우 박신혜, ‘허삼관’의 배우 하지원, ‘건축학개론’으로 정상의 자리에 오른 배우 수지까지 당장 주연급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들이 즐비하다.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고 해서 기근 현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제는 유해진, 오달수 등 신 스틸러의 시대다. 주ㆍ조연 구분이 없어졌다. 멀티 캐스팅이 필수적으로 검토되는 현장이다. 또 한 해 2억명이 영화를 관람하며 시장의 확대를 도모했고, 그만큼 장르의 다양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여기에 가수ㆍ걸그룹 출신 연기자들의 연착륙이 과거보다 활발하고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여배우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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