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동안 우리나라 법조시장은 얼마나 어려워졌을까.
통계청이 집계한 자료에 변호사 1인당 연간 순수익은 2007년 7842만7000원에서 꾸준히 감소해 2013년 3830만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5년 남짓한 사이에 순수익이 반토막 난 셈이다.
이 통계가 고소득의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까지 포함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개인 사무실을 열거나 법조 시장에 새로 발을 내딛는 변호사들의 체감경기는 훨씬 나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변호사 자격증만 있으면 큰 돈을 만진다'는 속설은 이미 깨졌다고 할 수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간 우리나라 법원이 다루는 사건 수는 1만7000~1만9000여건에서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시장은 그대로인데, 변호사 수는 늘어나다 보니 변호사 1인당 사건 수임 수는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집계에 따르면 1990년 변호사 1인당 연간 본안사건 수임 수는 55.7건이었다. 이 수치는 2001년 41.7건, 2012년에는 28건으로 감소했고 2013년에는 24건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변호사가 한달 평균 2건의 사건을 맡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새내기 변호사들의 모습도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는 '1평 사무실'도 등장했다. 사무실 유지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30대 초·중반 변호사들이 칸칸이 나뉜 1인 사무실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월세는 보통 5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에서 25평짜리 사무실을 얻는 데 월 임대료가 보증금을 제외하고도 200~500만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저렴하다.
아예 사무실을 따로 얻지 않고 자택을 사무실로 활용하는 '재택 변호사'가 등장한 것도 서초동에서는 이미 익숙한 얘기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사무실이 없는 재택 변호사 수는 200여명으로, 전체의 1%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중견 로펌 소속의 변호사는 "예전에는 대형 로펌과 서초동 개인 사무실의 시장 구분이 있었는데, 이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됐다"고 전했다. 해외 로펌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면서 기존 대기업들을 주로 상대하던 국내 대형 로펌들이 서초동의 중·소형 로펌이나 개인 개업 변호사들이 맡던 사건을 가져가면서 연쇄적으로 궁지에 내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새롭게 시장에 뛰어드는 변호사들은 이미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린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