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감한 서울 은평구 신사1구역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 참여에 나선 시공사가 없어 유찰됐다. 이 단지는 서울시 은평구 신사동 170-12번지 일대에 아파트 424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것으로 조합이 제시한 공사예정가격은 853억원 규모이다. 현장설명회에는 11개의 건설사가 참여하며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입찰에는 나서지 않았다.
이 같이 건설사들이 입찰에 나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공공관리자 제도로 진행되기 때문이란 반응이다. 서울시에서 공공관리자 제도로 진행중인 재건축 단지는 474구역으로 준공까지 완료된 구역은 아직 없다.
공공관리자 제도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 계획수립 단계부터 사업완료 시까지의 진행관리를 구청장, SH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주도하는 제도이다. 지난 2009년부터 시범 실시됐다.
이처럼 모든 단계마다 공공관리자가 참여해 관리하다보니 시공사 선정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 재개발ㆍ재건축 표준계약서에 의거해 시공사 선정을 해 기준이 엄격해 시공사 참여가 쉽지 않다. 공공관리제가 시행되면서 그동안 서울시는 정비업체를 비롯한 설계자, 시공사 선정 기준을 마련하고 공사도급표준계약서를 제정했다. 표준계약서 제정 당시 일각에서는 재개발 재건축 지구에 결성된 조합과 시공사와의 협력관계를 무시한 채 공사비 축소 등 시공사의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 은평구 내에서 시공사 선정이 유찰된 공공관리자 제도 재건축 단지는 신사1구역 이외에도 응암4구역 등이 있다. 응암4구역은 지난해 9월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유찰됐다. 당시 순공사비 예정 가격은 721억원으로 관계자들은 사업규모가 건설사 입장에서 부담이 없기 때문에 시공사 선정 역시 순조로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유찰된 후 현재 시공사 선정을 하기 위한 준비 중에 있다.
신사1구역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표준도급계약서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어서 시공사와 조합이 협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부분이 많지만 공공관리자 제도일 경우 이런 부분에서 어렵다”며 “공공관리 아래에서는 표준계약서에 최대한 맞춰서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보니 수익성이 나지 않아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응암4구역 조합 관계자 역시 “표준계약서 자체가 조합 측에게는 좋지만 정작 시공사가 선정이 안되면 오히려 조합원 만 손해”라며 “한 번 유찰된 후 다시 시공사 선정하는 것도 조합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강조했다.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를 근절하고 사업의 투명성 강화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해 마련한 제도가 오히려 재건축 진행의 발목을 잡은 격이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공공관리가 시행되면서 시공사 선정이 절차로 인해 잘 안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시공사 선정에 대해 구청이 별도 의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서울시에서 정한 시공사 선정 기준이 있고 공공관리자는 그것을 지원하기 위해 관리감독 역할을 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