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여왕’ 전도연에게도 영화 ‘협녀, 칼의 기억’(제작 티피에스컴퍼니,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은 도전이었다. 칼이 곧 권력이던 고려 말, 뜻이 달랐던 세 검객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그린 ‘협녀, 칼의 기억’에서 전도연은 맹인 여검객 월소로 분했다.
전도연은 최근 이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극 중 액션신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녀는 “3개월 동안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액션은 물론이고 검에 감정을 실어야 했다”며 “맹인 연기는 노력과 의지에 상관없이 참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눈 깜빡임을 참아내는 육체적 고통이 있었다. 눈을 이쑤시개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다시는 사극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할 만큼 촬영 당시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린 전도연은 왜 출연을 결정했을까. 그녀는 “지독한 사랑 이야기가 좋았다. 너무 강렬했다. 운명적인 사랑을 받아들이고, 모든 걸 놓아버리는 장면에 끌렸다”고 말했다. 10년 전 ‘인어공주’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흥식 감독과의 약속도 있었다. 당시에는 구체적인 스토리도 없었지만 박흥식 감독과의 약속을 언제나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의리파’ 전도연이었다.
여기에 더해 1999년 영화 ‘내 마음의 풍금’ 이후 다시 만난 이병헌과의 인연도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그녀는 “긴 시간 동안 사석에서도 본 적 없었지만 ‘도연아 잘 지냈어?’라는 한 마디에 어제 만난 친구처럼 친근함이 느껴졌다. 서로 다치지 않게 배려해주며 촬영했다. ‘내 마음의 풍금’ 때는 엉뚱하고 장난기 많은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는데 배우로서 멋있어졌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생소한 무협 장르에 대해 “판타지”라는 말로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였다. 그녀는 “중고등학교 때 무협 영화를 보고, 액션 이야기에 심취해서 밤새우며 본 적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무협을 잘 모른다고 하더라. 무협이 판타지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경공과 50대 1로 싸우는 장면들이 모두 판타지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판타지 액션 멜로로 받아들이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무뢰한’에 이어 ‘협녀, 칼의 기억’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있는 전도연은 하반기 영화 ‘남과 여’를 통해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쉴 새 없이 연기하고 있는 전도연의 원동력은 ‘애정’이다. 그녀는 “연기할 때 고통스럽지만 그것조차 즐겁다. 연기를 정말 사랑한다. 누구에게나 슬럼프가 올 수 있지만 25년간 지치지 않는 애정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관객 입장에서 전도연이란 배우가 선뜻 선택하기 쉽지 않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계속 작품을 하고 있다면 믿음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