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변동환율제 전격 도입…통화 가치 30% 폭락

입력 2015-08-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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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통보 없이 제도 도입…유가 하락ㆍ중국 경기둔화에 기존 ‘관리변동환율제’ 유지 어려워져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이 20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환율제도를 바꾸면서 통화 가치가 폭락했다.

카자흐스탄 시중은행간 내부 거래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카자흐스탄 텡게화 가치가 전일 대비 26.2% 급락한 255.26텡게를 기록했다고 이날 CNBC가 보도했다. 전날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이 제시한 기준환율 188.35텡게와 비교하면 30% 이상 폭락한 것이다.

카림 마시모프 카자흐스탄 총리는 이날 “정부와 중앙은행은 기존 환율변동폭 제한을 폐지하고 오늘부터 변동환율제를 시행한다”며 “이는 급변하는 세계 경제환경 속에 물가를 안정시키고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은행이 매일 기준환율과 환율변동폭을 고시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해왔다. 이는 중국과 비슷한 제도다.

정부가 갑작스레 제도를 도입한 배경에는 유가 하락과 중국 경기둔화로 실질적인 텡게화 가치가 떨어져 관리변동환율제를 유지할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전날 중앙은행이 달러당 텡게화 환율 변동폭을 170~198텡게로 잡았으나 시중은행들은 최대 198.6위안으로 환율을 정해 기존 환율제도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사전통보 없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현지에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현지 외환시장은 문을 닫아 시중의 모든 달러 환전이 중지됐다.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인 카자흐스탄은 국제유가 하락은 물론 주요 교역상대인 러시아, 중국의 경기둔화로 통화 평가절하 압력을 받아왔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구권 제재로 러시아 루블화가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주 기록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최대 경제국이며 구소련 국가 가운데 러시아에 이은 2위 산유국이다. 카자흐스탄 수출은 올 들어 7월까지 전년보다 40% 급감했고 수입도 20% 줄었다.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은 1999년 이후 이날을 제외하고 세 차례 텡게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가장 최근은 지난해 2월 텡게화 가치를 19% 떨어뜨린 것이다.

중앙은행은 “앞으로 5~7일 안에 환율이 균형잡힌 수준에서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우리는 더 이상 외환시장에 내규모로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나 금융과 물가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일어나면 행동을 취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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