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뱅뱅과 마음이 흘러나오던 '확성기 방송'…15일만에 중단

입력 2015-08-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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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로 11년 만에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이 대북 심리전 수단으로서의 위력적인 가치를 25일 극적으로 타결된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문제는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에 대한 북측의 사과 문제와 함께 핵심 의제였다.

북측은 고위급접촉 과정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우리 측은 북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강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철저한 주체사상 교육을 받고 최전방 부대에 입대한 북한 군인들의 사상을 크게 동요시킬 수 있는 확성기 방송이 종국에는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북한 정권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사소하게는 '오늘의 날씨'부터 깊숙하게는 북한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소식까지 거침없이 내보내는 방송 내용에 최전방에 근무하는 북한군 신세대 병사들이 크게 동요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체사상과 우상화 교육 등으로 세상물정 모르고 갓 입대한 병사들에게 들려오는 외부 세계의 뉴스는 그야말로 충격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04년 평안북도 용천역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당시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이 뉴스가 나간 적이 있다.

최전방에 근무한 북한군 병사들이 집에 안부 편지를 쓰면서 이 소식을 편지에 담았고 나중에 부대 검열에서 걸려 문제가 됐다는 일화도 있다.

확성기 방송으로 "인민군 여러분, 오늘 오후에 비가 오니 빨래 걷으세요"라는 내용으로 일기예보를 하면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북한군 부대에서 실제 빨래를 걷었다고도 한다.

지난 10일부터 재개된 확성기 방송은 하루에 8시간 정도 진행됐다.

방송 내용은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홍보', '대한민국 발전상 홍보', '민족 동질성 회복', '북한사회 실상'의 4부분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북한사회 실상에 관한 것이 가장 핵심이다. 북한의 내부 소식 뿐 아니라 북한 인권 탄압 실태와 인권의 중요성까지 방송으로 내보냈다. 그래서 북한엔 쥐약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 군이 최근 내보낸 대북 확성기 방송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만 3번 방문했지만 김정은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외국 방문을 못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해외에서도 칭송받는 걸출한 지도자로 묘사하는 북한 매체의 선전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물론 김정은의 직책은 생략한 채 이름만 나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을 막무가내식으로 비난하는 자극적인 내용보다는 김정은의 의사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일부 포함됐다"고 말했다.

남한에서 유행하는 대중가요를 틀어주며 북한군 장병의 마음을 흔든 것도 확성기 방송의 위력으로 꼽힌다.

최근 대북 확성기가 내보낸 노래는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빅뱅의 '뱅뱅뱅', 노사연의 '만남'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1962년부터 확성기 1기당 500W(와트)급 48개의 대형 스피커를 통해 고막을 찢을 듯한 고성으로 시행되던 대북 확성기 방송은 2004년 6월 16일 남북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

당시 북한은 확성기 방송이 한 밤 중 개성지역까지 들린다며 중단을 요구해 결국 2004년 6월 장성급회담에서 중단 합의가 도출됐다. 확성기 방송은 출력을 최대화할 때 야간에 약 24km, 주간에는 약 10여km 거리에서도 방송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에 따른 5·24조치로 재개 방침을 세웠다.

이후 군사분계선(MDL) 지역 11개 소에 확성기 방송 시설을 설치했으나 실제 방송은 북한의 태도를 봐가며 시행키로 하고 유보 중이었다.

그러나 군은 북한이 목함지뢰로 도발한 서부 및 중부 전선 2곳에서 10일 오후 5시부터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남북은 고위급접촉에서 남측의 11개 지역에서 시행된 확성기 방송을 재개 15일 만인 25일 정오부터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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