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이 중국발 공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가운데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초저금리 기조에 양적완화로 더이상 쓸 충분한 실탄이 없는 상태다. 신흥국은 통화 가치가 연일 하락하는 등 초토화된 상태라고 2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11일 사상 최대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약 5조 달러(약 6009조원) 증발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신흥국의 국가부도 위험도 급등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진원지인 중국의 국가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5년물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117.166bp(bp=0.01%P)로 지난 2013년 8월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말레이시아 부도 위험(189bp)은 2011년 10월, 필리핀(121bp)은 2013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 CDS프리미엄도 현재 2013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인 70bp 후반대에 움직이고 있다.
특히 신흥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전망으로 올 초부터 자본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기둔화 공포까지 터지면서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WSJ는 올 들어 미국 달러화 대비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폭을 살펴보면 인도 루피화 가치가 5.3%,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12%,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가 13%를 각각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올해 18% 이상 떨어지면서 연일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투자자 사이에서 20여 년 전의 중국발 신흥시장 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1994년 1월 환율제 개혁을 단행하면서 위안화를 급격히 평가절하했다. 이는 미국 금리인상과 겹쳐 같은 해 멕시코 경제의 붕괴를 초래하고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단초가 됐다.
여전히 1994년 당시보다 아시아 각국의 경상수지와 재정여건, 외환보유고 등이 개선됐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다시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20년 전과 다르게 중국이 경제 고성장을 이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중국이 세계 2위 경제국으로 부상하면서 많은 신흥국이 현재 중국 수요에 의존하는 점도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럼에도 중국발 세계증시 하락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도 결국 중국 정부밖에 없다고 이날 지적했다. 중국은 은행예금 잔고가 약 25조 위안(4646조원)에 이르며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금리가 4.85%로 여전히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이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를 서두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 유럽의 기준금리는 거의 ‘제로(0)’에 가깝다. 금리를 더 이상 낮출 여지가 없는 것이다.
ING증권의 롭 카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신뢰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며 “시장을 실망시키지 않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