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영암, 아내는 부산. 고향은 다르지만 6년 전 한 실험실에서 만나 빛(光)을 연구해 온 부부가 25일 오후 GIST(광주과학기술원)에서 열린 '2015년 하반기 학위수여식'에서 함께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인공은 GIST 물리‧광과학과의 초고속 비선형 광학연구실(지도교수 고도경) 손병욱(42)‧최주원(여·31)씨 부부<사진>이다. 두 사람은 이날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손 씨는 ‘다광자과정을 이용한 전광스위칭 및 변조에 대한 연구’로, 최 씨는 ‘강유전체 리튬나이오베이트 물질의 분역벽 동역학 및 비선형광학적 응용에 대한 연구’로 각각 이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1살 많은 손 씨가 최 씨에게 먼저 다가갔고 만난 지 두 달 만에 ‘연구실 커플’이 됐다. 최 씨는 “동료들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대접받으려 하지 않고 친구처럼 격의 없이 지내는 남편의 성품에 반했다”며 “맥줏집에서 같이 몇 잔 먹었더니 고백을 해왔다”고 말했다. 손 씨는 “처음에는 부산 사투리를 쓰는 아내 이야기를 절반 밖에 이해하지 못해 집중해서 들어야 했다”며 “술을 좋아하는 털털한 성격의 아내가 마음에 들었다”며 당시 인연을 맺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고향도 말투도 다른 두 사람은 빛(光)을 연구하며 하나가 됐다. 손 씨는 “전공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잠시 방황하기도 했는데, 가까운 곳에서 항상 응원하고 충고해 준 아내 덕분에 마음을 다잡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 씨는 “공부를 포기할까 고민하던 박사과정 1년차 때 경험 많은 남편의 조언 덕분에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며 당시 힘든 상황에서 서로가 버팀목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지도교수의 주례로 연인에서 부부가 됐다. 두 사람은 새로운 출발을 위해 오는 30일 싱가포르로 출국할 예정이다. 아내 최 씨가 싱가포르 기술디자인대학교(SUTD·Singapore University of Technology and Design)에서 박사후 연구원(Post Doc.)으로 근무하게 됐기 때문이다. 남편 손 씨도 싱가포르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할 계획이다.
손 씨 부부는 “차이점이 많아 보여도 돈이나 성공보다 꿈과 행복을 위해 연구하자는 인생의 가치관은 똑같다”며 “GIST처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연구에 매진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GIST는 이날 오후 2시 오룡관에서 학생과 학부모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5년 하반기 학위수여식'을 개최하고, 박사 47명과 석사 60명, 학사 14명 등 총 121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